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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리버 리 Jun 15. 2024

기억에 없는 기록

거의 사용치 않는 구글포토를 오랜만에 들어갔다가 기억에 없는 사진 2장을 봤다. 기억은 없어도 기록은 남는다.


이븐 바투타의 여행경로(2009년 3월 23일), 세계전도(2009년 6월 30일), 기록된 날짜가 2009년이니 서울 생활을 접고 지리산 북쪽으로 거처를 옮겼을 때인데 뭔 일로 이 사진들을 기록해 뒀을까? 아~ 그때 이런 일들로 이 사진들을 남겼구나 기억하고 싶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S와 프랑스, 일본, 호주를 여행 다녔는데, 세계여행을 가자고 얘기했을까? 여행업자가 되고 관련 자료를 찾다가 이븐 바투타를 처음 접한 게 2010년 즈음인 것 같은데, 이때 어찌 알았을까? 기록은 남아도 기억은 없다.


이때의 기억이 없음에도 몇 년 뒤 이븐 바투타의 출생지인 탕헤르 인근 도시에 몇 개월 머물렀고, 이븐 바투타의 무덤(또는 생가터) 흔적이 있는 동네를 헤매고 다녔다. 그러고 보니 내가 뱉은 말은 기억하지 못해도 몸으로 기록하며 살고 있나 보다.


이븐 바투타는 마르코 폴로와 동시대에 근 30년 가까이 여행하고 “여러 도시의 경이로움과 여행의 신비로움을 열망하는 자들에게 주는 선물"이란 멋진 제목의 여행기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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