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남부여행, 류추섬
스노클링에 해수욕까지 액티비티한 오전을 보내고 점심때 맥주까지 한 잔 했더니 노곤하다. 낮잠 자고 오후에 해수욕 갈 생각으로 숙소 들어가는데, 어제 스노클링 상담해 준 스태프가 문 앞에서,
-어때, 좋았어?
-아주 좋았어
-바다거북 어제보다 많이 봤어?
-아니, 어제가 더 많이 봤어
-그래? 장소가 달랐어
-같은 데야. 대신에 물고기를 엄청 봤어. 색깔이 퐌타스틱!
-니모 봤구나. 오후엔 뭐 해?
-쉬다가 해수욕 가려고
-어디?
-항구 쪽에 작은 해수욕장 있던데
-아, 이쁘지. 일몰은 봤어?
-어제 구름이 많이 꼈잖아
-오늘 날씨가 괜찮으니 일몰이 멋질 거야.
-추천해 줘
구글맵으로 섬 서쪽 해안을 가리키며,
-여기 작은 비치가 있는데, 바다거북 산란지야
-아, 그래서 이 섬에 바다거북이 많구나
-해수욕하다가 일몰까지 보고와
-고마워
해가 지는 시간대가 되자 작은 해변에 일몰의 광경을 보러 사람들이 모여들고 바다 건너 가오슝 쪽 빌딩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전에 알을 깨고 나온 바다거북이 바다가 아니라 더 환한 불빛이 있는 도시 쪽으로 가다 죽는 걸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는데 여기 젊은이들도 저 불빛을 따라 이 섬을 떠났을까?
“사진을 찍는 사람은 안 볼 수 없어요
<도둑맞은 자전거> 중
지신이 선 자리에 따라 풍경이 달라지듯 매일 지는 해도 어디서 보냐에 따라 감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압도적인 풍경만 있는 사진보다 인물이 들어간 사진을 좋아하는데 사진을 찍는 잠깐의 순간에 피사체는 어떤 생각을 했기에 저 표정을 지었을까 하는 궁금함과 추측, 그때의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아닐까 싶다.
나만의 뮤즈였던 사람이 떠난 뒤 풍경에 사람을 넣는 건 마찬가진데, 소통하지 않는 피사체는 그냥 풍경일 뿐이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티가 난다더니, 빈자리는 메워지지 않는다. 부족하고 허전한 마음을 추스르고 자리를 뜨려는데 모래가 움직이는 듯해서 살펴보니 생명이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