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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뷰 레스토랑에서 아침식사

대만 남부여행, 류추섬

by 딜리버 리

숙소가 있는 좁은 골목에 아침식당이 2개 있다. 아침시간대에만 장사하고 문을 닫는다. 메뉴는 튀긴 꽈배기, 밀전병, 토스트, 만두 등이고 아주 밍밍한 두유와 매우 밍밍한 밀크커피, 홍차 등을 판다. 가격 싸고 맛도 기본은 해서 동네 주민들로 붐빈다. 가오슝, 타이난에서는 여기서 먹을래, 가져갈래 묻기라도 하던데 여긴 묻지 않고 바로바로 싸주고, 주민들도 비닐 봉다리에 들고 간다.


부스스한 머리칼, 헐렁한 반바지에 쓰레빠(절대 슬리퍼 아님) 신은 놈이 뭘 파나 기웃대자 ’뭐 주꼬?‘로 짐작되는 대만어를 건넨다. 어버버거리자 일본인이냐 묻기에 ’한꾸우런‘이라 하자 어차피 언어로 대화는 안되겠다 싶은지 손짓이 있는 유창한 대만어를 더 자연스레 건넨다. 말이 안 통하는데 어떻게 자유여행 가냐며 쓸데없는 걱정과 불안해하는 이들이 있다. 인류는 언어가 없을 때부터 돌아다녔다. 혼자 살아남긴 힘든 약한 인간에게 짐작과 촉이라는 방어물이 발달했고, 더 정확한 소통을 위해 언어를 만들었을 뿐이다. 여행자에게 직감과 촉은 필수다.

어차피 언어로 대화 안되긴 나도 마찬가지라 당당하게 한국말로 얼마냐 묻자 손가락을 1개, 3개 펴길래 130원을 줬더니 90원을 돌려준다. 40원이었어, 어쨌든 이렇게 통한다. 여행 그게 머시라고? 먹고 살 수 있으면 된 거다.


만두로, 계란말이로, 샌드위치로 보이는 걸 사고 두유와 커피는 밍밍한게 싫어서 세븐일레븐에서 오렌지주스랑 따뜻한 커피를 샀다. 숙소에서 먹으려다 이왕 먹는 거 멋진 장소에서 먹자 싶어 전기자전거 타고 섬 동쪽으로 이동했다. 앞이 탁 트인 오션뷰에 쉴 새 없이 들려오는 파도소리 들으며, 햇빛 내리쬐는 곳에서 식사해야지, 여행인데.


물만두는 작은 찐빵이었고, 계란말이는 파가 살짝 들어간 밀가루맛 나는 밀전병, 치즈로 짐작한 샌드위치는 싫어하는 참치였다. 말이 안 통하니 실패했다고? 찐빵은 맛이 좋아 더 살걸 싶었고, 밀전병은 주인장이 뿌려준 소스맛이 괜찮았고, 샌드위치는 쏘쏘했다. 아침 먹고, 바다를 멍하니 바라본다.


아득한 시절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파도에 자신의 살을 내준 바위다. 그 아픔이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살아간다. 불과 몇 년 전이다. 아직은 내 살을 더 내주어야 하고, 그래서, 살아내야 한다. 여행, 이러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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