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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의심하는 무기, 경험과 편견

대만 남부여행

by 딜리버 리

08:30, 동강항 도착. 터미널 출구 쪽에 '어디 얼마'를 적은듯한 작은 피켓에, '어디 가냐' 묻는 택시 호객이 성황이다. 동남아에선 흔하게 봤지만 대만에선 처음이라 의외였다. 이럴 땐 누가 뭔 말을 걸어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정식 면허택시가 있는 곳으로 가는 게 룰이다.


그 와중에 번역기까지 써가며 어디 가냐 묻는 정성을 보이는 이가 있어 '차오저우 기차역', 따라 오란다. 이때 무턱대고 따라가선 안된다. 얼만지 물어보고 가격을 확실히 해야 한다. ‘아니, 얼만지 말해줘야지’하자 손가락을 4개, 5개 펼쳐 보이며 450원 이라기에 ‘류츄섬 내 친구(를 아주 강조!)가 300 이래'(정말 그랬다) 이러면 보통은 얼마를 원하냐며 흥정하는데 ‘에이~’하는 표정으로 돌아선다. 이때도 절대 흔들리면 안 된다. 어디 한두 번 당해봤나? 택시가 1대뿐일 리 없고, 영업(호객)은 파는 쪽이 하는 거다. 150원이면 만원이 안되지만 나는 갈비탕 주인에게만 욕해대는 소시민이니까!(김수영의 시처럼) 항구밖으로 나왔다. 한 눈에도 정식 면허택시로 보이는 노란색 택시가 5~6대가 서있다. 그렇지! 이래서 경험은 중요하다.


공차 불이 들어온 택시에게 ‘차오저우역 가요?’ 묻는데 좀 전에 호객하던 사람이 바로 옆 노란색 택시의 기사석에 타며 뭐라 뭐라 한다. 어라~ 저 양반도 정식이었네. 허참! 타라는 손짓을 하기에, 얼마냐 물으니 450원, 에이~ 너무 비싸다는 표정을 짓자 미터기로 하잔다. 오케이!


기차역 도착하니 445원 찍혔다. 돈 천원도 안 하는 5원 때문에 바가지 씌운다고 의심하고 불신했다. 기사들이 너나없이 450원이라고, 그냥 타라는 건 450원이 나와서였다. 특정 시기, 특정 장소의 개인적 경험으로 여행자는 그 동네를 다 아는 것처럼 얘기한다. 심지어 유사한 상황이면 다른 동네여도 같은 취급을 한다. 경험은 중요하지만 언제든 편견이 될 수 있어 위험하다. 경험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동강항 터미널 택시기사님들, 정말 미안합니다.


기차역 매표소에 타이둥 간다니까, 09:57 기차를 알려주기에 더 빠른 건 없냐, 없단다, 이지카드 되냐니까 안된단다. 대만 교통은 이지카드로 다되는 줄 알았는데, 어디나 그렇듯 만능은 없다. 살짝 출출하던 차에 시간도 남고 여기 KFC는 어떤가 싶어 갔더니 10시에 문을 연다. 아침 전문식당을 제외하면 의외로 가게 문 여는 시간이 늦은 것 같은데, 이것 역시 내가 현지를 단편적으로 본 것일 수 있다.


대만에서 24시간 불 켜져 있고 사람들이 드나드는 2군데가 도교 사찰과 편의점 아닌가 싶다. 맛집 찾아 헤매는 시간에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편의점 식단 추천한다. 어쨌든 표준화된 맛을 제공하고 가성비 괜찮다. 소고기+야채+면 도시락에 맥주 한 캔, 아점으로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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