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남부여행, 류추섬
대만에서 아침 식당은 아침시간에만 팔고 문 닫고, 점심, 저녁 장사는 점심과 저녁 사이에 대부분 휴게시간이 있다. 시간대 놓치면 식당 찾아 삼만리를 해야한다. 유명한 식당이든 동네 장사든 운영방식은 비슷한 듯하다. 한국처럼 하루 종일 문 열고, 장사 쫌 된다 싶으면 식당 옆에 주차장부터 확보하진 않는 것 같다. 돌아다니다 보면 문 연 식당을 발견할 가능성은 있지만 당장의 배고픔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이럴 땐 망설이지 말고 편의점으로 간다. 음식 종류도 많고 특별하진 않더라도 기본은 한다.
바다거북 스노클링에 나 홀로 해수욕까지 했더니 배가 고프다. 점심은 뭘 먹지? 전기 자전거로 식당 찾아 섬의 삼분의 일을 돌다가, 숙소 옆에 있는 식당이 떠올랐다. A부터 Z까지 맛의 전부를 뜻하는 의미인 줄 알았는데 AmaZing의 줄인 말이다. 자신이 하는 어메이징한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거나 어메이징하고 싶은 마음이거나겠지만 음식은 직접 겪어보는 수밖에 없다. 오옷~ 괜찮거나 에잇~ 실망하거나.
자전거를 탄 채로 뭘 파나 가게 안을 기웃대자, 젊은 주인장이 친절한 미소로 메뉴판을 내미길래 훑어보니 햄버거 메뉴다. 햄버거가 어메이징하려면 맛이 상당해야 할 텐데… 어쨌든 메뉴가 썩 댕기지 않아서 딴 데 갈 심산으로,
-햄버거만 해?
-햄버거집이니까
-햄버거뿐이네
-햄버거집이라니까
-아니, 맥도날드는 감자칩, 아이스크림, 닭도 팔고 커피도 하잖아
-(아주 당연하다는 듯) 맛이 없으니까
-와우~
당연하다는 듯 씩~ 웃는다. 그래도 들어갈 마음이 없어서,
-맥주는 없지?
냉장고에서 캔 맥주를 꺼내서 보여주기에,
-딱 하나?
-저스트 원, 기린!
-딴 맥주는 없어?
-햄버거엔 기린이지
주인장 태도가 마음에 들어 숙소에 자전거 세우고 돌아왔다. 음주운전은 안되니까!
이런 What the 버거가 있나? 흐미~ 빵이 베이글이다. 맥도날드보단 분명 낫지만 어무리 후하게 쳐도 어메이징하진 않다. ‘세상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집’이란 식당 간판을 본 적이 있는데, BmaZing이 어떤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