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후쿠오카 여행 때 찍은 사진을 엄마와 막내가 있는 단톡방에 공유했었다. 기술 발전을 거듭한 스마트폰 덕분이다. 쉽게 얻는 건 쉽게 잊는다는 말이 맞다면 사진도 예외일 수 없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스마트폰 속 사진 중의 하나로 데이터만 차지할뿐 찾아보지 않게 된다.
디지털 파일보다는 아날로그 사진으로 보는 게 엄마한테 편하고 나을 듯해서 프린트업체에 사진첩을 주문했다. 작년에 S의 사진첩을 만들 때 사진을 찍었던 그때의 행복했던 감정이 되살아나서 좋았던 기억이 있다. 머릿속 기억은 유한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옅어진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말은 지금처럼 누구나 영상을 찍을 수 있기 전 당시의 기억과 감정을 전달하는 대중매체로 탁월해서 나온 말 아닐까?
-엄마, 이거요
-머꼬?
-후쿠오카 여행 때 찍은 사진
-사진첩이네. 이걸 우째 만들었노?
-인터넷에 만들어주는 서비스업체가 있어
-하이고~ 세상 참 좋네. 고맙대이~
-고맙긴. 참 저번에 대연동 친구 만난다더니, 맛난 거 드셨어?
-갸가 호박죽 싸와서 나나 뭇지
-영화도 보고?
-이번엔 박물관 갔는데, 재밌더라
-내가 엄마 유전자 받아서 박물관, 미술관 좋아하나? ㅎㅎ
-아인데. 니가 박물관, 미술관 좋아해서 친구한테 가자 했는데, 갸도 좋아하더라
-친구분 아프다더니 괜찮아졌어?
-우리 나이에 맨날 그렇지 뭐. 다음 달에 서울 딸네집으로 가야 한대
-또? 친구분은 아는 사람도 없고, 환경도 달라서 가기 싫어한다며?
-그래도 우짜겠노? 딸네가 손주들 봐달라는데
-에구~ 울 엄마가 영 그렇겠네.
소화기능이 떨어져도 같이 먹는 게 좋고, 영화 보러 같이 다녀서 좋고, 가족한테 못할 말을 같이 나눌 수 있어서 좋고, 그렇게 같이 할 수 있는 친구 만나는 날이 엄마는 기다려진다고 했다.
-새로 이사 갈 곳은 어디고?
-감천문화마을 알지요? 괴정역도
-알지
-그 중간쯤이라 보면 돼요
-회사까진 가깝나?
-자전거로 10여분 걸리니 가깝죠
-언제 가노?
-6월 중순쯤요
-돈 보태게. 조금 널븐대로 가
-괜찮아요
-괜찮긴… 하루 이틀 지낼 거 아닌데 너무 좁으마 사람이 쪼그라들어
-네
-작년에 전세 사기로 뉴스에 한참 나왔잖아
-등기부등본 떼 볼게요
-그래도 잔금 치르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해 보고
-네
네, 네 짧은 대답에 70대 엄마는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지만, 경제적 능력치가 낮은 50대 아들 걱정이 얼굴에 묻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