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서는 어떤 문화에서고
마지막까지 남는 희생양은
여자라는 게 참담하게 느껴졌다.
#박완서 #모독 #티베트 #네팔 #쿠마리
여신을 선정하고, 생리 시작하면 여신 자격을 박탈하는 (남자) 인간 위원회라니! 생리 덕분에 태어난 주제에!
말이나 행동으로 더럽혀 욕되게 하는걸 모독(冒瀆)이라 한다.
박완서의 책을 몇 권 읽었는데 대충이라도 기억나는 줄거리가 없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드라마틱한 전개가 없고 강렬하고 자극적인 언어를 쓰지 않는 것도 하나일테고, 재미를 못느껴 앞부분만 읽다가 접은게 아닐까 싶다.
예전에 베트남, 캄보디아 일주일 다녀오고 문명사에 버금갈 여행기를 쓴 김용옥의 글을 읽고 (기가 차서) 혀를 내둘렀는데, 평이하게 글을 쓰는 박완서는 여행기를 어떻게 쓸지 궁금해서 빌렸다.
티베트는 간 적 없지만 박완서가 묘사한 티베트의 자연환경과 문화, 몸의 변화를 인도 북쪽 라다크에서 겪었다. 5~6천 미터 높이의 풍경은 태초의 모습이 이러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이질적이고 거칠고 삭막했다. 척박한 자연환경에서 먹고살기도 버거울 텐데 어디든 종교시설은 있었다. 믿음은 생존의 조건일까?
2015년 즈음 후배의 제안으로 청소년(초중딩) 여행을 만들어 네팔(카트만두, 포카라)을 다녀왔다.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등 지구에서 제일 높은 산들이 즐비한 대자연을 품고 있는 네팔이니 당연히 청정할 거라 생각했다.
카트만두 전체를 감싸고 있는 매연은 눈에 보일 정도로 자욱했고 짙은 안개가 낀 듯 시야가 흐릿하고 매캐한 냄새가 날 정도로 공기가 좋지 않았다. 몇 년째 살고 있는 후배 말로는 네팔 대지진 때 세계 각국에서 가져온 구호 지원차량이 그대로 남았고, 노후 차량이 많은 데다 분지 지형이라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그렇다고 했다.
20년 전인 1995년, 1996년에 방문했던 박완서 작가도 가까운 산이 안 보일 정도로 매연이 심각하다고 적은 걸 보면 최근에 생긴 일이 아니었다. 생존은 믿음을 만드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