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딜리버 리 Jun 09. 2024

밥 먹다가, 울컥

밥 먹다가, 울컥하면
밥은 목을 넘지 못한다


박찬일은 잡지 기자였다가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갔다 온 후 몇몇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히트시켰고, 글솜씨 좋은 요리사로 몇 권의 책을 냈다. 이번은 음식과 관련된 사람에 대한 기억과 그리움이다. 책 제목처럼 처음은 울컥한데, 페이지를 넘길수록 감정이 밋밋해진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매일 먹으면 물리는 것처럼 그리움의 감정이 반복되는 산문이라 그랬을까?


2023년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정도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날의 연속이었다. 밥 생각이 없었지만 택배 하려면 밥을 먹어야 했다. 주문한 음식을 몇 숟갈 떠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울컥 쏟아지는 눈물과 목이 메듯 가슴속이 먹먹해져서 밥을 먹을 수 없었다. 그 결과 72kg 전후였던 몸무게가 69kg 전후로 떨어졌다.


평소 배송시간과 메뉴 등에 구애받지 않아도 되는 혼밥을 즐겼는데, 혼자서는 도저히 밥을 먹을 수 없는 상황이 계속돼서 이러다 탈 나겠다 싶어 동료들과 밥을 먹기 시작했다. 관심 없는 연예인 얘기와 누구누구의 뒷담화가 재미없고 지겨웠지만 밥 먹다가 울컥하는 횟수는 줄어들었다. 시시껄렁한 일상의 잡담 덕분이었다.


어떤 이의 말처럼 현재가 아무리 힘들어도 삶 자체가 살아야 할 목적이니 살아야 한다, 살아진다, 그러다 사라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밥과 노동, 흔하니까 귀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