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딜리버 리 Dec 13. 2023

여행은 특별한가?

주변 사람들에게 여행하면 어떤 단어들이 떠오르냐 물으면 자유, 일탈, 해방, 여유 등을 얘기한다. 과연 그럴까? 국내여행은 차지하고 해외여행은 공항에서부터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내 몸과 짐을 뒤지는 구속은 시작되고, 공항 안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지루한 기다림 뿐이다. 막상 비행기에 타면 30여분 좁은 이코노미석에 불편하게 갇힌 채로 대기하다, 이륙하면 구름 위를 나는 걸 보는 것도 잠시, 시간이 후다닥 지나가서 목적지에 어서 빨리 도착하길 바란다. 도착과 동시에 기운은 쏙 빠진다. 여기 어디에 자유와 여유가 있던가?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기나긴 여행을 통해 지구 곳곳으로 퍼져 나갔다는 것은 과학계의 정설이다. 즉, 인간은 여행을 통해 현재를 이루었다. 그들의 여행은 생명을 위협당하는 외부의 침입, 하루하루 먹거리를 찾고, 안전하게 잠들 수 있는 곳을 찾는 고난과 시련의 일상이었다. 물론 엄청난 풍경에 매료되고, 시원한 나무그늘에서 낮잠을 즐겼겠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먹거리와 잠잘 곳을 찾는 일상의 반복이었을 것이다.


매일매일 먹거리와 안전한 잠자리를 찾는 여행에 지친 인류에게 쌀과 밀은 얼마나 반가운 존재였을까? 정착의 기회, 여행은 지긋지긋하다. 하지만 애초부터 여행 DNA를 가진 인류인데 여행욕구가 사라질 리 없다. 예전처럼 먹고 잘 곳을 찾는 여행이 아니라 산 너머엔 누가 사는지, 바다 건너엔 어떤 세상이 있는지 누군가는 궁금했을 테고, 궁금했으니 떠났을 것이다. 그렇게 떠났던 이들의 여행은 수년 동안 계속되고 돌아와선 그곳의 삶을 기록으로 남긴다. 여행의 필수요소 중에 하나가 궁금함 아닐까?


여행에서 뭐가 제일 필요하냐 물으면 많은 이들이 돈이라고 한다. 물론 돈이 있어야 여행을 갈 수 있다. 그렇다면 돈 많이 버는 사람은 여행을 많이 다닐까? 한국에서 여행을 가장 많이 다니는 직업군은 교사인데, 그들보다 돈 많이 버는 직업군은 천지삐까리로 많다. 교사에겐 방학이 있는 걸 보면 돈보다 시간이 여행의 필수 요소 아닐까?


현재와 같은 패키지 여행방식은 산업사회에서 돈 버느라 바쁜 인류에게 여행기업이 만든 서비스상품으로, 여행역사에서 불과 200년도 안된다. 기업은 이윤 창출이 목적이니 철저하게 소비되는 형태로 만들고, 그럴 수밖에 없다. (뭘 적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뭘 적으려고 했는지 까먹었다)


아~ 여행은 낯선 곳에서 겪는 일상일 뿐이라는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내일 배송을 위해 핸드폰을 접어야 해서 후다닥 마무리!


오늘 마지막 배송지에서 만난 개가 늑대가 되는 시간, 천해로에서 본 감천항

매거진의 이전글 더 늦기 전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