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고마워요
엄마랑 비슷한 연배의 아주머니들 건강 상태를 여러 경로로 종종 듣는다. 무릎이 안 좋아 혼자 걷기 힘들고, 치매가 와서 어렵고, 나이 들수록 고집이 세져서 대화가 안 된다 등등 어렵고 힘든 상황을 들으면 엄마와 비슷한 연배의 몸과 마음 상태니 남 일 같지 않다.
한참 전에 무릎 수술 하셔서 오래 걷는게 힘들고, 심장 약해서 놀라거나 긴장하면 심장약을 드시고, 감기를 비롯한 잔 병이 오래가는 편이지만, 아직은 혼자 힘으로 걸으시고, 여전히 불안한 아들 밥 챙겨주시고, 이런저런 대화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아직도 현명하신) 엄마가 고맙다. 오늘도 엄마가 끓인 고사리 들어간 맛난 소고기뭇국을 먹고 왔다.
명색이 여행업자였던 시절에도, 여행자로 돌아다닐 때도 엄마랑 딱 한 번 캄보디아 여행을 갔었다. 내년부터 틈나는대로 엄마와 여행 가야겠다. 비행기 타는 게 불편하면 국내라도 꼭! 엄마가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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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서 떠올려준 2013년 12월 26일 호주 가기 전 통화
-접니더
-아이고~ 오랜만이네요
-전화드린다 하면서 매번 까묵고...
-건강하모 됐지요. 철도파업이다, 뭐다 하면서 세상이 하도 시끄러븐데, 연락은 없고 해서 뭔 일 있나 걱정되는데...
(처음을 존칭으로 시작하는 장난기 많은 양반이지만, 별스런 아들 덕에 마음고생을 쭈욱 하고 계신데, 세상사가 시끄러우면 걱정이 여전하시다.)
-전화를 하지 그랬는교?
-전화했다가 안 좋은 소리라도 들리마 더 불편할끼고... 올 때까지 기다맀제.
(당신의 깊은 마음을 언제나 헤아릴까?)
-얼굴 한번 안보이주나?
-내일부터 1월 20일까지 외국에 갔다와요.
-또 캄보디아?(여행업자 시절, 캄보디아 여행상품 개발하고 잘 팔려서 자주 들락거렸다)
-아뇨. 호주
-길게 있네.
-야, S랑 같이 가는데 멀기도 하고, 간 김에 찬찬히 보려고요.
-S한테 잘해라. 호주에서 한국 사람이 죽고 다치고 하던데...(TV뉴스 보면서 아들이 하는 일과 관련된 분야는 기억하고 있다)
-예, 저도 봤어요
-한국 아덜이 외국에서 표적이란다. 나가서 뭔 짓을 하는고... 조심해라...
-네. 그러께요.
-밥 꼬박 챙기묵고...
-네. 그러께요.
-술 마이 묵지 말고...
-네. 그러께요. 건강하이 지내고 계시소.
-끊는대이~(서둘러 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