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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딜리버 리 Dec 20. 2023

또 다른 여름을 준비하자!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여전히 찾는 중이지만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냐에 따라 내 삶의 질과 방식은 달라진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사람, 그들의 삶의 방식은 그동안 당연시 했던 고정관념을 깨트린다. 책으로 봤던 내용이어도 현장에서 직접 만날 때 희열이 좋았다. 코로나를 핑계로(실은 돈을 갚는 시간이었지만) 몇 년간 잠잠했던 여행욕구가 마음의 빚을 다 갚아가면서 작동하기 시작했고,


지성이면 감천이듯 일면식 없는 페친의 환대와 연대로 체코로 여행 갈 기회가 생겼다. 햐아~ 꿈은 이루어진다! 싶었고, 여름이 어서 오길 이렇게 바랜 적이 있을까?


몇 년 만에 S와 떠나는 여행에 몇 달째 설레고 들떴다. 무릎 안 좋은 S가 힘들면 안 되니까, 여유 있는 동선과 일정으로 체코 정보와 갈 곳을 찾았다. 짧은 기간이지만 현지의 삶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여기 살아도 되겠는데, 그런 마음이 드는 느긋한 여행을 하려고 준비했다. 하지만 정말 마른하늘에 벼락 치듯 한순간에 속절없이 이별을 통보받고, 여행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후 몸과 마음이 무너졌고, 여행은 마음에서 떠났다.


그러다 일 년에 한두 번 안부인사 나누는 15년 전 동료들과 어쩌다 의기투합해 도착일과 출발일만 동의한 아무 계획 없는, 그래서 자유로웠던 대만 여행을 다녀왔다. 대만 여행에서 몇 년 전에 비해 여행 체력(택배 노동근육과 달라!) 떨어졌고, 여전히 낯선 곳을 좋아하는 걸 확인했다.


착실하게 준비한다고 미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오지 않는다. 돈? 아무리 많아도 죽을 때 싸갈 것도 아니고, 내 삶을 책임질 수 없다. 여행도 삶도 돈이 아니라 시간이 우선이다. 오늘은 오늘로 끝이다. 여름이고 겨울이고 언제든 떠나자! 한 살이라도 젊을 때, 기력 있을 때 어떡하든 떠나자. 고맙게도 언제 오냐고 일면식 없는 페친이 묻는데, 체코 가자, 그러자.


2022년 SNS에 올렸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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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부터 택배노동자로 살아간다. 누가 여행 안 가냐 물으면 코로나를 핑계 댔지만 실은 갚아야 할 돈을 빼면 워낙 빠듯한 데다, 아직 정리 안된 관계가 있어 마음의 여유가 없다 보니 여행을 갈 수 없었다.


정년까지 임금노동자로 살아야 하니 예전처럼 비행기 예약하고 훌쩍 떠날 순 없지만, 언제든 대체가능한 택배노동자라서 연차 사용이 자유롭다. 언제 몸(허리 때문에 2번 길게 쉬었다)이 탈 날지 몰라 가급적 연차 사용을 안 했고, 연차 사용이 적으면 인사고과에 도움 되고, 배송 인센티브가 생겨서 최대한 아꼈다. 실은 주머니 사정이 워낙 빠듯해서 쉴 수가 없었다.


갚고 있는 마음의 빚 중에 하나가 내년 4월이면 끝난다. 현재 남은 연차 10일, 내년 연차 16일, 있다! 두둥~ 앞으로 30여 년 살면 많이 살 지 싶은데, 내일의 걱정 때문에 오늘을 주춤하고 머뭇거리기 싫은데~


1. 예전엔 안 가본 곳이 궁금했는데 요즘은 가본 곳을 다시 가고 싶다. 방학 때 갔던 외갓집 같은 익숙하지만 여전히 낯선 곳, 지금도 머릿속에 대충의 지도가 그려지는 프랑스 파리(약 2년), 캄보디아 씨엠립(20여 회 방문), 모로코 테투안(6개월)이 그런 곳이다. 근데 씨엠립을 제외하면 비행시간이 너무 길다.

2. 비행기 오래 타지 않는 곳으론 일본, 동남아, 대만 정도인데 대만은 기항지로 하루 들러서 머문 기간이 짧아 아쉬움이 있다. 그나저나 바로 옆이 중국인데 중국은 왜 먼저 떠올리지 않나 모르겠다.

3. 파리와 모로코에 머물 때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었는데 어떤 이유(는 게으름일 가능성이 높다)에서 안 갔던, 그래서 더 궁금한 터키, 그리스, 동유럽이 있다.


나이 들수록 여행할 기회와 자유는 줄어든다. 더 늦기 전에 떠나자. 2023년 여름아~ 어서 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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