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계단이나 잔디밭, 카페 야외의자에 멍하니 앉아서 오가는 사람과 풍경 보기를 좋아하는데 중부유럽의 겨울은 맑은 날이 귀한 데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로 밖에 앉아있기 현실적으로 힘들다. 평소 듣는 것보다 보는 걸 좋아해서 공연장보다 미술관과 박물관을 찾는데 내가 생각 못했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하는 기쁨이 짜릿하거든. 그래서 겨울은 실내지!
#National_Gallery_Prague, #waldstein _palace
오며 가며 봤던 전시명이 ‘에꼴 드 파리‘, 그래도 파리에 2년 가까이 산 인연이라 반가운 마음에 진눈깨비 맞으며 갔더니 10시 오픈이다. 공무원이 사무적이고 무뚝뚝한 거는 세계 공통이니 그렇다 쳐도 공공기관 오픈시간은 헷갈리게 않게 통일하자. 왜 여기는 10시냐고!
비에 가까운 눈이라도 안 오면 근처 공원에 앉았다 들어가겠는데, 그칠 기미가 없다. 미술관 옆 지하철역 카페에서 몸 녹이고 배 채우자. 홈메이드를 내세운 굴라쉬 수프를 시키고, 릴리 커피 주문.
-빵은?
-빵은 됐어
-공짠데
-그래, 그럼 줘.
-갈릭 오어 낫
-낫
어이구~ 빵이 그다지 맛있진 않지만 푸짐하다. 홈메이드가 맛있다는 선입견은 동서양에 고루 적용되는 법칙인 듯, 수프는 처음 먹어보지만 굴라쉬는 진하게 졸여서 물탄 갈비탕 맛이라 익숙하다. 유럽의 미술관, 박물관, 영화관, 공연장엔 노인들이 많다. 누구는 오갈 데 없어서 온다지만 오갈 데 없긴 한국 노인도 마찬가지인데 글쎄다. 우리처럼 특별한 날에만 찾는 공간이 아니라 어릴 때부터 쉽게 드나들던 경험의 결과가 쌓여서 아닐까? 몸의 기억은 머리보다 오래 가거든.
전쟁 시기, 몽마르뜨 근처에 머물렀던 체코 작가들의 그림을 전시했는데 몽마르트의 화가로 유명한 로트렉처럼 몽마르트 근처 술집과 사창가 여인들 또는 정물화가 주를 이뤘고, 간혹 농사짓는 풍경화가 있다.
-(이 궁의 정원이 멋지다기에 창문 밖을 보며) 가든은 어떻게 가?
-못가
-왜?
-닫았어
-언제 여는데?
-에이프릴
역시, 프라하의 겨울은 실내인가? 오늘을 내셔널데이로, 그렇다면 국립박물관을 빼놓을 순 없지!
#체코 #프라하 #국립박물관
프라하 관광객이 최소 한 번은 들릴 수밖에 없는 바츨라프 광장의 끝에 있다. 1800년대 초에 세워진 국립박물관은 체코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와 유적, 자연사박물관을 좋아하면 많이 반가울 이미 사라진 동물들의 정교한 복원 박제품이 실제 같고, 제작과정을 미스터리물처럼 만든 영상이 재밌다. 보석에 관심 있는 주얼리족이 환호할 진품 광물 원석으로 방 하나를 빼곡하게 채웠다. 합스부르크왕조가 잘 나갈 때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듯. 박물관 들어서는 순간 화려하고 웅장한 실내 모습에 압도되고, 연신 사진 찍기 바쁘다. 곳곳에 의자가 있어 지친 다리를 쉬기도 좋다.
본관 관람 후에 몰라서인지, 시간이 없어서인지 대부분 그냥 나가던데 바로 옆 신관에서 하는 체코의 20세기 전시가 알차고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