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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동네 빵집, 찾았다

오성빵집

by 딜리버 리

구내식당 가듯 점심을 먹으러 가는 식당이 있다. 식당밥인데도 매번 먹어도 질리지 않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간혹 식당이 일찍 문을 닫으면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삼김이나 김밥을 사서 회사 휴게실에서 먹는다. 그런 날은 배는 부른데 뭔가 허전하다.


일주일 전, 그런 날이었다. 2회차 배송을 마쳤는데 배고픔과는 다른 허기가 왔다. 뭔가 먹고 싶고, 먹어야 될 것 같은데, 뭘 먹나? 몇 년째 그 앞을 지나다녀도 들어갈 마음이 없던 빵집을 기대감 없이 들어갔다. 뭐 동네 빵집이니 꽈배기나 찹쌀도넛은 있겠지, 팔겠지.


어라~ 없다. 대신 바게트, 올리브 치아바타, 식빵 같은 기본 빵들이 있다. 먹음직스럽고 기본에 충실해 보이기에 맛있나 보자며 바게트와 치아바타를 1개씩 샀다. 복귀길에 하나를 꺼내 먹는데, 약간 짭조름하니 담백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고, 식감은 겉바속촉, 홀랑 다 먹었다.


일주일 후, 마침 이쪽으로 배송 온 김에 들렀다.

-안녕하세요?

-(근무복을 보곤 아는 척하며) 또 오셨네

-네. 제 입맛에 맞더라고요

-다행이네요

-근데 기본 빵만 만드세요?

-오데예. (한편에 비어있는 용기를 가리키며) 다 팔렸지요

-아~


카운터에 있는 엄마(로 추정)와 대화를 나누는데, 뒤쪽 제빵실에서 아들(역시 추정)이 나오며,

-(빵이) 괜찮습니까?

-네, 맛있던데예

-고맙습니다

-오데요, 맛난 빵 먹을 수 있으니 제가 고맙지예


요즘 어떤 이유인 지 모르지만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형 카페가 여기저기 생기고 있다. 마치 시장 한복판에 있듯 북적대는 곳을 가고 싶지 않지만 빵을 좋아해서 몇 군데 갔었는데, 공통적으로 케이크류가 아닌데도 달달구리한 빵이 잔뜩이고 기본 빵은 종류도 얼마 안 되고 맛도 별로였다. 산업재해로 제빵 노동자의 연이은 희생이 있음에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 파리바게트는 동네마다 있지만 노동자의 가오로 몇 년째 불매 중이다. 뭐 이런 목적의식이 아니어도 대량생산으로 유통하는 체인점 주제에 가격이 비싼 걸 받아들일 수 없다.


괜찮은 동네빵집, 찾았다. 지난번처럼 복귀길에 다 먹을 수 있어서 바게트(3,000원)와 치아바타(3,500원)를 두 개씩 샀다. 다음번에 가면 가게 이름이 왜 오성인지 물어봐야지.


#대신동 #오성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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