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조금만 해요

by 딜리버 리

-엄마, 19일 약속 있어요?

-하~ 복지관 일 나가는데…

-어~ 몸 아파서 안 하신다더니

-의사 양반이 집에 가만있는 거보다 움직이는 게 낫다 해서, 몸도 움직일만하고

-잘했어요. 계속 현역이어야지. 파이팅!

-와? 그날 쉬나?

-네. 그럼 20일은?

-아무 일 없지

-그럼 엄마밥 먹으러 갈게. 맛난 거 해줘요

-아이고~ 내가 뭐 해줄 정도의 몸은 아인데

-그럼 밖에서 먹자. 엄마랑 밥 먹고 얘기하는 게 좋아서 그래

-늙은이랑 뭐가 재밌노?

-나는 재밌어. 20일 갈게

-날 추븐데 옷 단디 입고 택배하고

-네


20일,

엄마 동네에 집밥을 내세운 한식뷔페가 생겼다. 사무실은 거의 없는 아파트촌임에도 이미 대기자들이 제법 있는데 그나마 날씨가 풀려서 다행이다. 날씨가 추워도 그렇지만 날씨가 더워지면 밖에서 기다리기 힘들텐데...

-버스 타고 오다가 옛날 일이 생각났어

-뭐가?

-내가 맨날 학교서 자고 집에 잘 안 들어오고 그랬잖아. 그러다 갱이(경의 갱상도식 발음)가 학교 들어갔는데 집에 늦게 왔나 봐

-갱이가 그랬나?(니랑 달리 완전 모범생이었는데!)

-나야 모르지. 내가 어쩌다가 집에 일찍 들어간 날인데, 엄마가 갱이한테 일찍 들어오라고 한마디 해주라 이러는 거야

-내가?(자신이 그런 말을 할 리가! 맞다. 엄마가 그 말을 해서 나도 의외였다)

-어, 나도 집에 잘 안 들어오는데 내가 무슨 얼굴로…

-그래도 니가 오빠 아이가

-(오빠 행세를 하려는 건 아니었지만)알았어

밤 10시 지났나? 동생이 들어왔고,

-니 학교 들어갔다고 맨날 늦는다며, 엄마가 걱정이 많다. 일찍 댕기라

-(잠잠)

-알았나!

-오빠~ 니나 잘하지. 엄마 걱정이 누가 더 커겠노? 참나! 우짜다가 집에 오는 오빠가 누구한테 뭐라카노?

-(나도 잠잠)

아~ 이럴 줄 알았다. 이래서 말 안 할라 했는데, 어릴 때부터 두 살 터울 동생은 뭐든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엄마가 동생한테 뭐라하라고 그런 거 시키는 사람이 아인데 그때 왜 그랬으까?

-몰라. 나는 기억이 없다. 니 정신 차리게 하려고 그랬나? 갱이가 똑 부러지잖아

-와~ 치밀한데!

-내가 갱이를 와 걱정하겠노? 갸가 어릴 때부터도 지 알아서 하던 아잖아

-그래, 그래서 나도 이상했거든. 내한테 시켜서

-뜨끔했디가?

-그때 이후로 갱이한테 빈 말로도 뭐라 한 적 없다. ㅎㅎ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니가 걱정이지. 몸 상할까 봐, 혼잔데…

-에에~ 몸은 관리 잘하고 있고, 혼자는 자초한 거니 당연히 겪어야 되고, 걱정하지 마요.

-뻔히 보이는데 어째 걱정이 안되노?

-그럼 걱정 쪼께만 해, 알았제?

-말은 청산유수지. 그래, 쪼께만 할게

-고마워요. 미안하고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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