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면 헤어지고 헤어지면 돌아온다

회자정리 거자필반

by 딜리버 리

지금은 흔한 편이지만 당시엔 첨단 소재 축에 들었던 폴리카보네이트 캐리어를 면세점에서 목돈을 주고 샀다. 수입도 변변치 않을 때였는데, 비싼 돈 들여서 왜 이걸 샀는지 모르지만 대략 2010년 즈음이다. 캄보디아, 네팔, 호주, 인도네시아, 모로코,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대만, 체코 등 어디를 가든 같이 다녔다.


프라하에서 짐 담은 채로 울퉁불퉁 돌길을 캐리어로 끌고 다녔더니 바퀴가 깨졌다. 그런 줄 알았다. 앞으로 여행은 계속 다닐 것이고, 저가 캐리어가 넘쳐나지만 나의 여행을 1회성 캐리어와 다니기 싫고, 오랜 세월 같이 다닌 녀석이라 수리하기로 했다. 샘소나이트 매장 찾아갔더니 본사 수리센터에 맡겨봐야 수리 가능여부를 알 수 있단다. 오래된 제품이라 자재가 없어 수리 불가하다며 되돌아왔다.


그래도 10여 년을 같이 다니며 동고동락한 사이인지라 정이 들어서 매장 직원에게 다른 방법이 없냐니까, 사설업체를 알려줬다.


1001번 버스를 타려는데 기사 왈,

-손님, 캐리어 그건 안됩니다

-왜요?

-20인치 이상은 안 돼요

-그럼 어떡해요?

-택시나 지하철 타십시오


지하철 타고 서면역에서 환승, 광안역 1번 출구 나오니 바로 근처다. 3층 문을 열고 들어서니 각종 캐리어가 놓여있고, 다른 손님이 캐리어 수리 얘기를 나누고 있다.


-어떻게 오셨어요?

-바퀴 수리 때문에

-(캐리어 바퀴를 확인도 안 하고) 8만 원입니다

-지난번에 전화드렸을 땐 작은 바퀴 6만 원, 큰 바퀴 9만 원이라 했는데요

-이건 바퀴가 큰 거, 작은 거 다 있어서 그래요

-네에?(15여 년을 여기저기 같이 돌아다닌 파트너였는데 바퀴 크기가 다른 걸 이제야 알았다)

-(가방을 들어서 바퀴를 가리키며) 보세요. 작은 바퀴는 이미 깨졌고, 큰 바퀴는 닳아서 곧 탈 났을 거예요.

-네(그동안 파트너는 온갖 짐을 실어 나르느라 자신의 바퀴를 갈아 넣고 있었는데, 참 무심했다)

-좀만 기다리세요


얼마 안 지나 날렵하게 바퀴 구르는 소리가 들린다.

-바퀴 소리가 거슬렸을 낀데요.

-원래 그런가 했지요

-에이~ 그래도 메이컨데, 훨씬 부드러울낍니다

-그냥 큰 바퀴 달면 안 되나요?

-바퀴 축에 맞는 걸 넣어야죠

-만들 때부터 큰 바퀴를 달지…

-큰 바퀴가 다 좋은 건 아닙니다. 저항이 있으니까요. 요즘은 좋은 가방일수록 작은 바퀴를 씁니다.

-아~ 그래요. 수고했습니다.

-잘 쓰시고요. 소문 많이 내주세요


캐리어 바퀴 수리가 잘됐는지 알려면 여기저기 돌아다녀봐야 알 수 있지만, 일단은 마음에 든다. 시작이 반이라는데 바퀴소리가 조용하니까. 앞으로 얼마나 같이 다닐 지 모르지만 같이 다니는 동안은 사이좋게 지내자.


한국캐리어수리센터 070-8823-3939

부산시 수영구 수영로 602-2, 영웅빌딩 3층


1. 버스에 20인치 이상 캐리어가 안되면 지하철 안 다니는 지역에선 무조건 택시를 타야 한다.

2. 차지하는 공간 때문이면 냉정히 안된다고 내칠게 아니라 2인 내지 1.5인 버스요금 받으면 되지 않나?


대중교통은 국민 세금을 보조받는 걸로 알고 있다. 국민 세금이 지원되니 공공재의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중교통은 대중친화적인 운영을 찾고, 실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샘소나이트 본사에선 자사 제품의 자재가 없어서 수리 안된다고 되돌려 보냈다. 사설업체는 별 일 아닌듯 짧은 시간에 수리했다. 샘소나이트는 제품 판매 이후 고객관리를 이렇게 할래? 비싸게 팔았으면 돈값을 해야지, 그게 자본주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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