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은 두 번 핀다

by 딜리버 리

오늘 이전한 회사로 첫 출근, 흡연장 뒤 화단에 동백꽃이 폈길래 사진을 찍는데 동료가,

-형님, 뭐 해요?

-동백꽃이 이뻐서

-처음 보는교?

-아니, 동백꽃이 이쁘잖아

-새삼스럽구로


며칠 전, 엄마랑 뷔페식 식당에서 밥 먹고 나오다가,

-아이고~ 벌써 동백이 지네

-응?

-홑꽃은 벌써 지나보다

-홑꽃?

-응, 홑꽃은 잎이 흩어지면서 떨어지고, 겹꽃은 장미처럼 꽃송이째 떨어지지

-아~ 동백은 두 번 핀다더니, 그게 겹꽃을 말하는갑네

-동백이 두 번 핀다고?

-한 번은 꽃송이 그 자체로, 또 한 번은 꽃송이째 바닥에 떨어진 걸 얘기했나 봐

-말이 이쁘네

-엉?

-동백은 두 번 핀다, 이쁘잖아

-아~


지난번 일본 여행 때도 느꼈지만 오가며 만나는 흔한 꽃들에, 잎들에 마음을 주는 엄마, 참 이쁘다.


-(사진을 보여주며) 아보카도는 이렇게 쑥쑥 자라는데, 얘(지난번에 엄마한테 분양받은 이름 모를 녀석)는 비실비실하네

-얘(아보카도)가 씨앗 심었다는 갸가?

-응. 언젠가 싹이 나더니 어느새 이렇게 쑥 컸어

-갸들은 원래 잘 커는갑다. 사람도 그렇다 아이가, 똑같이 먹여도 잘 커는 아(이)가 있다.

-얘(분양받은 놈)는 와 비실돼지?

-갸도 뿌리내릴라고 엄청 애쓰는 기지. 씨앗은 원래 지 땅(고향)이 아니라도 환경이 비슷하마 뿌리를 내리고 그 땅에 맞게 자라는데, 있던 땅에 있던 아(이)를 옮기 심하마 몸살이 심하다. 사람도 낯선데로 가면 그렇다 아이가

-엄마는 그런 걸 우째 알아?

-이거? 몰라, 다 알 건데


내가 속으로 삭이며 말한 적 없는 슬픔과 아픔을, 엄마는 알고 있었다.


-하삼동, 맛있나?

-아니, 왜?

-하삼동 커피집이 여기저기 많대

-응. 하삼동, 메가, 콤포즈 같은 저가 커피집들이 우후죽순으로 있지

-맛도 없는데 왜 그래?

-으음… 일단 싸고. 택배 동료들 보니까 한겨울에도 얼음 들어간 아이스커피를 마셔. 물 대신으로

-얼죽아

-오호호~ 엄마가 얼죽아라니… 나도 입에 잘 안 붙던데…

-촌스럽긴

-ㅎㅎ


작년 후쿠오카 여행이 좋았고, 더 늦기 전에 엄마랑 돌아다니려고, 올해 대체휴무 5일을 5월 말로 몰면서 휴무일 이외엔 쉬지 않고 일했다.


-엄마, 5월 마지막 주에 7일 쉬는데 어디든 가요

-못가. 몸이 힘들어서

-가까운데 가자. 국내라도

-작년 몸 건강할 때도 후쿠오카에서 조금만 걸어도 쉬고 그랬잖아. 앉는 것도 불편하고, 차 타는 것도 힘들고

-더 자주 쉬면 되지. 점점 몸이 불편해질 건데, 올해가 제일 건강할 수 있는데…

-(얼굴색이 어두워지며) 많이 힘들어


더 늦기 전에 엄마랑 다녀야지 했는데, 이미 늦었다. 그 사실을 엄마에게 확인받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많이 힘들어?

-응


엄마 몸 건강할 땐 같이 다닐 생각도 안 했으면서, 뒤늦게 엄마랑 여행 다니는 거 유세 떠느라 몸이 불편한 엄마를 졸라대는 내 욕심을 어쩌나?


-그럼 집 근처 돌아다니자. 내가 더 자주 찾아뵐게

-난 괜찮아. 니 약속 잡아

-아냐. 엄마랑 얘기하는 게 즐겁고, 사실 다른 약속도 없어

-에구~

엄마 몸 상태가 어서 회복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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