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치 통닭 두마리
그냥 그렇게 되기도 하잖아, 힘내!
-행님, 오늘 00이가 대패삼겹 산다는데 같이 가시죠
-와? 갸가 뭐 잘못했나?
-내가 지난번에 갈비 샀어예. 내일 휴무니까 사라 했지예. 행님도 휴무잖아예.
마침 배송이 없는 날이라 캠프에 머물며 근무 중인데, 저녁에 대패삼겹 먹으러 같이 가잔다.
오도방을 회사에 세워두고 비를 맞히는 것도 찜찜한데, 내일 하루 종일 비가 온다니 오도방을 찾으러 오기도 애매해서,
-너거끼리 무라. 난 안 되겠다
-와예? 오토바이 때문에?
-어, 오도방은 대리운전 안되잖아. 술 먹느라 하루 종일 비 맞히는 것도 그렇고
-오토바이 엄청 부러워했는데... 결정적으로 대리가 안되네
그렇게 오도방을 타고 집에 와서 동료가 추천한 국제통닭 시킬까 하다가 양(한 마리는 부족해)과 튀김옷(금방 물린다)이 걸려서 언제나처럼 가마치통닭 두 마리 시켰다. 그동안 휴무일 앞날 혼술은 소주+맥주를 마셨는데, 막걸리 예찬하는 동료 덕분에 막걸리로 전환한 지 몇 개월 되었다. 부산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부산 생탁은 열악한 근무 환경과 저임금, 수당 미지급, 휴가 제한 등 노동 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에게 “개한테는 주지 않는다” 개소리를 해대는 경영진이 있는 기업이라 불매 중이다. 노동자를 노동자로 대하지 않는 기업 제품을 살 순 없지, 노동자의 가오가 있지. 더구나 모든 볶음밥에 김가루 뿌리듯 달달구리 아스파탐이 들어간 막걸리가 싫고 그러던 중에 발견한 국순당 무아스파탐 막걸리, S가 사다준 금문고량주를 조금 붓고 막걸리 콸콸, 그럭저럭 조합이 괜찮다. 어느 순간 뼈만 남고 순삭.
아침에 눈을 떴는데 하루 종일 내린다는 비가 안 오기에 창문을 열었다. 휴무일엔 세탁기에 빨래를 돌리고, 반려식물을 평소보다 오래 들여다본 후 밥을 먹고, 비가 안오면 오도방 타고 밖에 나갔다가 밤이 되기 전에 청소기(진공+스팀 물걸레)를 돌리는 루틴이다.
오늘 아침은 빵 2개, 꿀과 계피가루, 올리브오일 두른 토마토와 삶은 계란, 뭘 먹든 마시는 커피를 내리는데 어라~ 유리창에 빗방울이 제법 맺혔다. 화분을 서둘러 창밖에 내놓았다. 산성비니 뭐니 해도 식물에게 수돗물에 비해 훨씬 나을 거다. 먹거리 텃밭용으로 장만한 제일 무거운 화분은 옮기기도 힘들고 애물단지가 되어간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녀석인데... 집 근처 마트에서 토마토와 상추 모종을 사서 심었는데 상추는 진작에 떠났고, 토마토는 모종 때 크기 그대로다. 토마토는 단면을 잘라 묻으면 싹이 난다는 걸 어디서 본 적이 있어 어제, 오늘 쿠팡에서 샀던 토마토 꼭지 부분을 잘라 흙 속에 뒀다. 별 기대없이 씨앗을 묻었던 아보카도처럼 어느 순간 쑥쑥 자라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 희망은 품을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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