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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기 뚝뚝, 떨어진다

고등어구이

by 딜리버 리


대출도서 반납을 연체하는 바람에 평소 가던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수 없다. 오래간만에 현대미술관 구경한 후에 국회도서관으로 갔다. 동네에 도서관이 있어 이사한 후론 올 일이 없었다. 동네 도서관에 비해 국회도서관이 보유한 책은 많을지라도 내가 읽을 책은 어딜 가도 차고 넘친다. 또 하나 맛은 비슷비슷한데 동네 도서관 커피값이 훨씬 싸니 굳이 멀리 있는 국회도서관에 올 일은 더욱 없었다. 어허~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국회도서관 휴무일(화요일, 기억!)이다. 시각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선 책이나 영화나 마찬가지니 꿩 대신 닭이라고 모퉁이극장에 영화 보러 고고.


남포동 근처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을 살짝 지났다. 슬슬 배도 고프고 뭘 먹나 싶은데 퇴사한 동년배 동료가 예전에 데려갔던 고등어구이집이 떠올랐다. 가게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데, 카카오맵에 고등어구이로 검색하니 몇 개의 가게가 뜨는데 엇비슷한 위치로 찾아갔다.


외관상으론 긴가민가하며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그 흔한 어서 오세요 인사도 없이 멀뚱한 눈길로 손님을 맞는 주인장과 고등어구이와 생선초밥이 적힌 메뉴판으로 예전에 왔던 집임을 알 수 있다. 그때 못 먹었던 생선초밥을 시키자,


-초밥 못해

-예전에도 그러시더니…

-일이 많아, 밀리서 안돼

-그때도 그러시더니, 손님 없을 땐 한다했는데…


마침, 손님은 나뿐이다.


-곧 올끼라

-에이~ 하기 귀찮아서 그러시네


가게문이 드르륵 열리며 연이어 손님이 들어선다


-봤제, 맞제?

-으음… 고등어백반 주이소

-다음에 손님 없을 때 와


먼저 반찬이 나오는데 어느 식당에서나 나오는 종류에 딱히 특별할 거 없는 맛이다. 반찬 때문에 다시 올 리는 없다. 좀 있다 고등어구이가 나오는데 흔히 보는 완전 바싹 구워서 기름기를 제거하고 퍽퍽함 마저 드는 구이가 아니라 마치 불에 살짝 데친 듯 살이 부들부들하고 쫄깃하면서 기름기 뚝뚝 떨어지게 나온다. 또 하나 밥은 밥통에서 바로 퍼담아 낸다. 기름기 많은 생선의 대표 격인 고등어의 기름기를 제대로 맛볼 수 있고, 미리 퍼담아 온장고에 보관했다 내놓지 않는 밥을 먹을 수 있다. 맛이 더 좋다. 느낌일뿐이라도 그 느낌이 맛을 더하는 건 분명하다.


-사장님, 밥 한 그릇 더 주이소

-아따 빨리 묵네

-맛있어서 그렇치예

-그럼 고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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