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물속에서 태어난다

프리다이빙

by 딜리버 리

퇴근을 기다리며 널브러져 있던 어느 날, 1년 넘게 프리다이빙을 한 동료의 얘기를 듣다가 재밌을 거 같아서 강사 연락처를 받았다. 강이나 바다에서 수영하는 게 액티비티의 전부였는데, 물속을 볼 수 있는 새로운 아이템이라니! 여행의 출발은 항공료 결제이듯 전화통화 끝내고 수강료를 입금했다.


요즘은 운동이나 취미를 등록된 학원이 아닌 개인이나 동호회 등에서 배우는 경우가 많다. 진짜 많다. 이럴 경우 몇 만원에서 몇십만원씩 하는 수강료 대부분을 현금으로 지불해도 연말정산에 증빙할 방법이 없다. 심지어 부산시 체육회 지원을 받는 국궁도 그랬다.


공공기관 로그인마저도 민간기업의 인증으로 가능한 시대에 이 분야는 왜 그냥 둘까? 카카오, 네이버, 토스뱅크 같은 곳에서 이런 경우를 위한 일회성 또는 한시적 결제시스템을 만들수 없나? 요즘이 어떤 시댄데 여전히 무통장입금이라니… 어쨌든 은발을 휘날리며 오도방 타는 프리다이버라니! 캬하하~


범냇골 근처 카페에서 만나 이론 교육을 받고 아이다 온라인 시험(75점 이상인데 76점!)을 턱걸이로 통과하고, 2025년 4월 24일 10:00~12:00, 구서동 승산스포렉스 잠수풀에서 첫 실습을 했다.


01. 스태틱(숨 참기)

깊게 들이쉬고 내쉬는 복식호흡으로 긴장 완화하고 최종호흡(산소 최대 저장) 후 수면 아래서 숨 참기. 일정시간이 지나면 이산화탄소가 쌓이며 횡격막 수축이 일어나지만 아직 산소부족 상황이 아니므로 더 참을 수 있단다. 도저히 참을 수 없으면 수면 밖으로 얼굴 내밀고 회복 호흡(빠르게 내뱉고 들이마심)하고, 버디(나를 지켜봐 주고, 위험상황에서 구해줄 파트너)에게 괜찮다는 OK 사인을 전달한다. 오호~ 나를 지켜보는 파트너, 버디! 이름이 마음에 든다. 1차 2분 5초, 2차 2분 28초, 횡격막 수축은 1분 30초 전후. 연습으로 시간을 늘릴 수 있단다.


02. 이퀄라이징(압력평형)

집에서 연습할 때 잘 됐고, 비행기 이륙 때도 귀 아픔이 거의 없는 편이라 수심이 깊어짐에 따라 압력이 증가한다는 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웬걸? 물밖과 물속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귀속이 쪼개지듯 아리고 아파서 3m도 못 내려가고 올라올 수밖에 없었다. 입안에 머금은 공기를 코와 귀 쪽으로 자연스레 불어넣으면 되는데 말로야 뭘 못할까? 이퀄이 안되니까 몸(배와 목)에 힘만 들어간다.


이런저런 운동을 접할 때마다 필요한 근력과 근육이 요구됐고, 키워야 했다. 프리다이빙도 기본 근력은 필요하지만 그동안 사용치 않던 (호흡) 기관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이 우선인 듯하다. 나이 탓인지, 타고난 몸치라 그런지 머리론 이해되는데 몸이 따르지 못한다. 코가 볼록볼록하기에 이퀄라이징 되는 줄 알았는데, 귀속이 계속 아프다. 숨 참기를 잘해도 이퀄라이징이 안되면 원하는 깊이만큼 내려갈 수 없다. 강사 왈, "이퀄라이징은 억지로 힘을 줘서 하는 게 아니라 숨 쉬듯 편하게 돼야 합니다. 사용치 않아서 안되고 있었을 뿐 누구나 되는 겁니다." 으음... 근데 왜 안되냐고!


먼저 입문했던 직장 동료가 귀에서 바람소리가 쉭쉭 나냐기에 안 난다니까, 그게 돼야 한다며 자기도 몇 달을 고생했단다. 퇴근 기다리며 3~40분 코를 막고 숨을 내쉬는 동작을 반복했더니 머리가 띵하다. 퇴근 후 집 문 앞에는 주문한 스노클 수경이 놓여있다. 물놀이를 좋아해서 물속에서 놀려고, 즐기려고 시작한 건데-이리 힘들면 하지 말까- 그 마음이 들면 흥미를 잃을 테고 물속 구경은 끝이다 싶어, 현질을 했다. 세상에 그저 얻는 건 없다. 애초에 인간은 물속에서 태어났고 다음번에 안되면 다다음번이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나는 왜 이렇게 뻔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