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속이나 물 속이나

프리다이빙 입문기

by 딜리버 리

물속을 헤엄치며 놀려고 프리다이빙을 배우는데 언제까지 다리로 입수하는 레그퍼스트를 할 수는 없다 싶어, 이퀄라이징은 안되지만 덕다이빙의 전단계인 머리로 입수하는 헤드퍼스트를 했다. 부이(buoy, 갱상도에서 부기라 부르던 고무튜브의 표준어인 줄 알았는데, 순수 영어다) 줄을 잡고 이퀄라이징을 하며 3m 정도 내려갔을까? 귓속이 찢어지듯 아프다. 레그퍼스트보다 이퀄라이징이 더 안 되는 것 같다. 서둘러 올라왔다. 과호흡 후에 괜찮다는 OK 사인을 보내자 같은 부이를 사용하는 버디가,

-어~어~어어어

-왜요?

-코코... 코피...

이퀄라이징이 안 돼서 코피가 터졌나 보다. 풀장 밖에서 마스크를 벗는데 핏물이 고여있다. 잠깐 이러다 마는지라 코를 두세 번 풀자 코피가 멎었기에 다시 풀장 안 부이로 갔다.

-괜찮아요?

-네. 코안 실핏줄이 약한데 이퀄이 안되니 터졌나 봐요

-마스크에 핏물이 고였던데...

-괜찮습니다


지난번에도 지지난번에도 그랬고, 코피 나는 건 대수롭지 않은 일인 데다 귓속 통증이 처음처럼 심하지 않고, 어떨 때는 이퀄이 됐는지 통증이 없을 때도 있었지만 수심 6m는 깊었다. 호흡이 딸려서, 귓속 통증으로 6m까지 못 가고 올라오길 반복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헤드퍼스트로 바닥을 찍었다. 마치 자전거 타기처럼! 한 번 성공하자 헤드퍼스트로 6m 바닥은 기본이 되었다. 이퀄이 됐다 안 됐다 해서 문제지.


내 헤드퍼스트를 지켜보던 프리다이빙 선배이자 직장 동료가,

-귓속이 많이 아파요?

-아니, 많이 아프지 않아

-그럼 숨 참기가 힘들어요?

-몰라, 왜?

-바닥까지 몇 초면 가는데 2분 넘게 숨 참을 수 있잖아요. 숨 가쁠 때까지 있다 올라와요

-아!

프리다이빙에도 여러 분야가 있는데 내 목적은 명확하다. 10m 이내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물속 세상을 보는 것으로 신규 여행 아이템 장착이다. 높은 산 정상을 빠르게 오르기보다 동네 뒷산을 천천히 오르며 주변을 둘러보는 트레킹처럼. 그러려면 머물러야 하는데, 산 정상에 오르자마자 사진 찍고 하산하듯 바닥 찍자마자 올라오기 바빴다. 머물러야 보이는 게 다를 텐데! 아둔한 놈.


몇 번은 바닥에 도착하면 엎드린 채로 머물면서 어느 정도 숨을 참을 수 있는지, 횡격막 수축이 오면 몸의 반응이 어떤지를 체크했다. 그게 익숙해지자 몸을 뒤집어 물 위를 쳐다보며 머물고, 그다음엔 넓진 않지만 바닥에 붙은 채로 풀장을 한 바퀴, 두 바퀴, 헤엄치며 돌아다녔다. 물속에서 물 위를 처음 바라봤는데, 빛이 비치는 쪽에 떠있는 버디들의 다리는 내가 머무는 세상과 다른 세상의 일로 보이고, 덕다이빙으로 쑤욱 빨려들 듯 물속으로 잠수하는 이들은 다른 세상을 갔다가 내가 머무는 세상으로 돌아오는 사람처럼 보인다.


강사가 알려준 대로 하는데도 덕다이빙(오리가 잠수하듯 제자리에서 헤드퍼스트로 잠수하는 법)이 안된다. 아~ 음치로 부족한 지 몸치까지, 확실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물속으로 쑤욱 빨려들 듯 들어갔다. 이때의 기분이란! 이퀄라이징을 신경 쓸 여유도 없고, 귓속 통증은 참을만했다. 처음엔 덕다이빙 하려면 주변에 사람도 없어야 하고, 최대호흡도 하면서 정리가 필요했는데 몇 번의 실패를 겪자 제자리에서 가능해졌다. 어떻게 해서 된 건지는 모른다. 그냥 어떻게 해서 됐다.


선배이자 동료에게,

-나는 롱핀이 너무 불편한데...

-핀 하고 안 하고 엄청 차이 나는데

-발 아프고, 부자연스럽고, 걸거치고...

-안 쓰는 미들핀이 있는데, 쓸래요? 강사들 사용하기에 무턱대고 샀다가 롱핀으로 바꾸곤 사용 안 해요

-중고로 팔아라


지난번 수경에 이어 이번엔 미들핀까지, 이퀄은 그대로인데 점점 장비는 늘고 있다. 연습 마치고 강사가,

-덕다이빙 되던데요?

-그렇죠. 강사님 말처럼 쑤욱 빨려 들어가대요

-몸에 힘 빼세요. 프다의 기본은 릴랙스, 이퀄은?

-됐다 안 됐다 해요

-그건 안 되는 거예요. 쉽게 되는 사람은 괜찮지만 안 되는 분은 집에서 계속 연습해야 해요

-아, 예...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은 깊은 물속은 들여다볼 수 있어도 사람의 마음은 좀처럼 알아내기 힘들다는 뜻이다. 한 길은 사람 키 정도의 길이로 m로 바꾸면 대략 2~3m 정도 된다. 열 길이면 20~30m가 되는 아주 깊은 물이다. 보기에도 겁이 날 정도로 시퍼렇게 검은색을 띤 물속을 가보지 않은, 가 볼 생각도 못한 사람들이 만든 게 분명하다. 한 길 사람 속처럼 열 길 물속 역시 모르긴 매한가지다.

실체도 불분명한 마음속을 들여다보려고 용을 쓸게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를 보면 된다. 마음은 행위로 나타나니까. 물속 역시 마찬가지다. 시퍼런 물 색깔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들면 물속을 알 순 없다. 그 물속에서 견딜 수 있게 몸을 단련시켜야 한다. 그래서 이퀄라이징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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