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아가딜 피자헛
아가딜에 한국인 커뮤니티가 있다기에 이름도 생소한 곳에 어떤 일로 왔을까 찾아보니 모로코 아가딜 남쪽에 있는 대서양 어업기지인 스페인령 라스팔마스로 왔던 선원들 중에 정착한 사람들이 시작이란다. 아가딜은 5km 정도 되는 긴 해변과 온화한 기온으로 모로코를 대표하는 휴양도시 중의 하나인데, 1960년 일어난 대지진으로 도시가 새롭게 건설되었단다. 아가딜 오기 전에 머물렀던 에사우이라는 같은 대서양 연안도시이고, 차량으로 3시간 거리인데 바람도 세고 날씨가 제법 쌀쌀했는데, 아가딜은 약간 덥다 싶을 정도로 따뜻하다.
숙소에 짐 풀자마자 해변으로 갔다. 휴양지답게 비싸 보이는 호텔과 가게들이 즐비한데 라마단 기간이라 그런지 오가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모로코에 온 지 7일 정도 되었는데 한국 음식을 먹을 일 없었고, 한국 식당도 보지 못했다. 여행을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도 낯선 곳에서 먹고 자는 일이다. 특히 장기여행에선 체력 유지를 위해서도 음식은 중요하다. 하지만 기후에 따라 식재료는 다르고, 더운 지방일수록 향신료 사용을 피할 수 없다. 어릴 때부터 방아잎 된장국과 산초 김치 등을 아무렇지 않게 먹고 자란 한반도 남쪽 남자는 웬만한 향신료에도 적응이 빠르다. 하지만 향신료에 약한 사람들이 있다. 입으로 떠 넣기 전에 냄새를 먼저 맡으니 음식 먹는 게 고역일 수밖에 없다. 음식으로 고군분투 중인 일행을 위해 어디서나 비슷한 맛을 보장하는 체인점, 피자헛 간판이 보여서 들어갔다.
일주일 정도 머물러서 현지 물가를 대충은 아는데, 메뉴판을 펼쳤는데 상당히 비싸다. 휴양지 해변을 바라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더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평소엔 안 먹고 안 써다가도 휴양지 와서 돈 아끼지 않는 법, 더구나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일행이 있는데, 당연히 먹어야지. 스파이시핫 피자를 시켰다.
아뿔싸! 글로벌 체인의 현지화 전략을 깜빡했다. 단맛이 나는 정향담배를 인도네시아인들이 많이 피워서 말보로 마저도 정향담배를 만들어 팔던데. 종교가 금하는 식재료와 현지인 입맛에 맞춘 덕분에 표준적인 맛을 제공해야 할 글로벌 체인의 피자는 향이 강하고 짜고 맛이 없었다. 일행은 여기서도 실패하고 콜라만 들이켰고, 돈이 아까운지라 남김없이 먹었는데 씬 피자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한국에서도 거의 먹지 않던 피자헛이었는데, 모로코 피자가 이러거면 다시 먹을 일은 없겠다. 근데 장기 체류했던 북쪽 도시, 떼뚜안 숙소 맞은편에 있던 피자집엔 자주 시켜 먹은걸 보니 피자헛이 그냥 맛이 없었다.
머무는 기간이 길어져서인지, 입맛이 적응되었는지 일행도 잘 먹었던 동네 피자집의 35딜함 마르게리따 피자다. 진짜 맛없던 118딜함 스파이시핫 피자 팔던 아가딜 피자헛 보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