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거지탕
한번 맺은 인연은 쉽게 끝나지 않는다. 두 번 다시 볼 일 없다, 진짜 끝났다 싶었는데 다시 마주칠 때가 있다. 그게 사람이든 공간이든 내 의도와 무관하게 어쩔 수 없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렇게 질긴 인연이라도 누군가의 노력(배신)이 있을 때면 속절없이 끊어지는 순간이 온다.
불가피하게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살 때 반여동 공장지대 근처의 하꼬방이라 불리는 단칸방에 선배랑 몇 달 머문 게 처음이었고, 몇 년 뒤 지금은 아시안게임 선수촌 아파트가 들어선 군부대에서 방위생활을 한 게 두 번째, 또 몇 년 뒤 당시 부대 바로 앞에 들어섰던 아파트에서 몇 년간 살았다. 그렇게 반여동과 인연을 맺었고, 반여동을 떠나며 인연은 끝났었다. 30여 년 전이다.
요즘 들어 창원, 김해로 배송 지원을 종종 갔는데 이번은 반여동이다. 두 번 다시 찾을 일 없을 줄 알았는데 밥벌이로 연결되었다. 인연 참 질기다. 대단지 아파트촌이 들어서고 도로가 생겨서 바뀐 것도 있지만 어쩌지 못하는 기본 골격은 남아있다. 1차 배송구역 안락동(아파트+지번, 90여 집)을 끝내고 2차 배송 물량을 실으러 복귀하던 중에 점심은 뭘 먹나 하면서 주변을 두리번대는데, 드넓은 주차장과 점심 특선 한우 우거지탕을 내세운 식육식당이 눈에 띄었다. 지체 없이 쑤욱 들어섰다.
-점심 특선 우거지탕으로 주세요
-3시까지만 만원이에요
-에? (현재 15:04, 아아~ 4분 지났다!) 원래는 얼마예요?
-만이천 원요
-(다시 다른 식당을 찾기 그렇고) 그냥 주세요
우거지가 많아서 좋고, 고기와 스지도 제법 들었다. 깍두기 맛이 괜찮아서 한 번 더 달라고 했다. 다음번에 다시 지원 오면 3시 전에 1차 배송 끝내고 2천 원 꼭 아끼리라! #영남식육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