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늘도 노인은 바다를 보고있다

대마도

by 딜리버 리

이즈하라에서 구불구불 산길을 2시간 반을 달리는 동안 자다 깨다를 반복 하니 어느덧 히타카츠에 도착했다. 예전엔 버스를 타든 비행기를 타든 이삼십 분 자면 잠이 안 와서 이동시간이 길수록 지루했는데, 언제부턴가 뭔 일인지 잘 잔다.


히타카츠항에서 숙소까지 걸어서 20분 걸리고, 히타카츠 외곽은 걸어가긴 너무 먼데 버스는 배차 간격이 띄엄띄엄, 렌터카는 하고 싶지 않아 자전거를 빌리려고 했다. 그렇게 찾은 자전거렌털샵에 주인장이 없다. 가게 밖에 앉아 10분 정도 지나자, 대마도에서 보기 힘든 외국인(백인) 여성 여행객이 와서 가게 안을 살피기에,

-주인이 없어

-얼마나 기다렸어?

-10분 정도

나란히 담배 피우며 기다리다가,

-어디 출신이야?

-한국

-근데 혼자네

대마도를 혼자 여행하는 한국 중년 남자가 없긴 하더라

-너는 어디 출신?

-스위스

-뛰 빠흐르 프항세?

-위, 불어 해?

-아주 아주 조금

-대마도는 외국인이 거의 안 오던데… 어떻게?

-나가사키에서 이키섬 갔다가 배로 서쪽으로 더 갈 수 있는 섬이 있다 해서 왔어

-오호~ 여기서 한국으로 배로 가면 1시간 반.

-들었어. 그래서 부산도 가볼까 생각 중이야

-나 부산 출신이야

-그래? 부산은 어때?

-베리베리 유니크!

주인장이 왔고 나는 이틀을, 그녀는 하루를 빌렸고, 서로의 여행을 응원하며 헤어졌다.


숙소에 체크인하러 갔더니 주인장이 또 없다. 첫 방문 때 주인장 못 만나는 날인가? 일본 100대 해수욕장이라는 곳이 지척이라 출발. 평지가 거의 없는 대마도에서 구름은 거의 없고 햇볕은 뜨거울 정도로 쨍쨍한데 페달형 전기자전거라 얼마나 다행인지 싶다.


저 멀리 해수욕장이 보이는데, 물색이 동남아 여느 바다색깔이다. 오~ 마침 내리막길이다. 산자락을 돌아 씽하고 달리려는데, 망원렌즈를 바다 쪽으로 고정한 노인이 앉아 있기에, 뭐 하나 싶어 다가가서 (손짓발짓에 짐작으로 나눈 대화)

-뭐 하세요?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저기 섬

-섬에 뭐가?

-(카메라 렌즈를 가리키며) 봐봐

-오오~ (어미새가 새끼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7일 됐어

-7일이나 계속 찍은 거야?

-(손을 펄럭이며) 새끼가 날 수 있을 때까지 와야지

-다큐멘터리 사진가?

-노노! 아마추어, 온리 취미


자신의 취미를 위해 몇 날 며칠을 이 땡볕에 앉아 원하는 장면을 찍는 그의 열정이 한편으론 놀랍고, 한편으론 대체 어떤 만족감이 생기기에 이 고생을 감수하나 싶다. 어쨌든 물색은 정말 이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렁이는 물결소리 가득한, 민슈쿠 니시도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