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먹거리
시외버스 의자에서 2시간 30분 동안 자다 깨다를 반복 하며 몸이 한계에 다다를 즈음 이즈하라에 도착했다. 낯선 곳에 도착하면 목적지로 바로 가지 않고 도착지 주변을 그냥저냥 둘러본다. 그곳의 공기와 분위기를 접하며 몸을 현지에 적응시키는 시간이다. 일본 어디를 가든 잉어를 쉽게 볼 수 있는데 건물 뒤쪽 좁은 수로에 잉어가 그득그득하다. 터미널을 중심으로 쇼핑몰과 박물관, 반쇼인과 신사,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음식점과 술집이 있는 작은 항구다. 관광안내소에 들러 내일 돌아갈 히타카츠행 버스 시간 확인하고 세이잔지 위치 물었더니 걸어서 얼마 걸리지 않는 위치다.
터미널 뒤편으로 향토요리 간판이 보여서 찾아갔는데 브레이크 타임인지 문이 닫혀있고, 안쪽에서 청소 중이다. 문을 똑똑 두드리고, (지금부턴 손짓발짓에 오감 동원, 아마도 이 말을 하지 않았을까 짐작하며 나눈 대화)
-식사할 수 있어요?
-몇 명이에요?
-혼자에요
안쪽을 향해 누군가를 부르자 다른 이가 등장,
-예약했어요?
-아뇨. 예약할게요
-오늘 풀 부킹이에요
-아~ (멀리서 온 걸 알아달라고) 한국서 혼자 왔는데 안될까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먹으려고 갔다가 못 먹으니 배가 더고프다. 급히 주변 탐색, 쓰시마 버거집이 있다. 쓰시마에서만 맛볼 수 있는 버거가 있다고 본듯하다. 히타카츠항에서 봤던 기독교 단체 관광객을 태운 관광버스 2대에서 풀린 인원들 덕분에 풍경은 낯선데 한국말이 흔하게 들린다. 어라~ 버거집은 재료 소진이라서 문을 닫았다. 이거 당 떨어지기 전에 먹어야 하는데, 문을 연 곳이 안 보인다. 카페 간판이 눈에 띄어 고민 없이 들어갔다. 일본 카페는 간단한 음식도 하니까.
문을 열고 들어서자 한가로이 앉아있던 70대로 보이는 남자가 일본말로 반긴다. 안쪽엔 60대로 보이는 남자가 커피 시켜놓고 신문을 보는데 너무 휑해서 여기서 먹어도 될까 싶을 정도다. 50대 남자가 손짓발짓으로 배고픔과 메뉴판을 설명하자 벽에 붙은 음식 사진을 가리킨다. "Good"이라고 따로 표시된 대마도 산물로 만든 면요리를 시키고, 아사히 생맥주 광고판이 붙어있어 주문하니까,
-패밀리마뜨, 패밀리마뜨
-아뇨. 비루 시키려고요
-응. 패밀리마트에서 사 와서 먹어요
-엥?
-여기선 술 안 팔아요
패밀리마트에서 홉의 쓴맛을 강조한 아사히 THE BITTER-IST를 사고, 양배추를 비롯한 각종 야채와 어묵, 돼지고기가 들어간 우동 비슷한 국수를 먹었다. 짜지 않고 깔끔하게 맛있다. 커피도 맛있겠다 싶어 주문했다. 인스턴트는 아닌데 맛없는 커피가 나왔다. 모든 게 다 좋을 순 없지. 하나를 만족했으면 된 거다.
지나치게 쨍쨍한 날씨와 배부름, 한 잔의 맥주 덕분에 퍼진다. 숙소에서 낮잠 자고 해가 한 풀 꺾이면 돌아다니려 했는데, 너무 푹 잤다. 어둑어둑해졌다. 점심 먹자마자 자서 배는 안 고프고, 동네 술집이나 가서 맥주나 한 잔 하려는데, 이 작은 동네에 단체 관광객이 풀렸으니 어디라도 조용한 데 없이 문밖까지 한국말로 왁자지껄하다. 한국 관광객 많다고 경기도 다낭시라더니 부산시 대마도란 말도 곧 나오겠다. 여기저기 기웃대다 한국어 안내가 안 적힌 술집 발견, 일본어뿐인 메뉴판이라 뭘 시킬지 몰라 더듬거리자, 뭘 추천해 주기에,
-오케이. 아사히 생맥주!
복어 껍질로 짐작되는 간간한 조림인데 술안주로 괜찮다. 햄 구운 거랑 치킨을 시켰는데 너무 짜서 별로다. 다른 안주가 없나 싶어 주방 쪽을 기웃대자, 옆에 앉은 사람들이 여기 스시 맛있다는 손짓을 하며 스시 굿! 이란다. 그럼 시켜야지.
-스시 주세요
-우나기?
-네
오호호~ 장어 반 마리가 통째로 얹혀진 스시, 비쥬얼도 놀라운데 맛있다. 이렇다면 다른 스시도 먹어봐야지. 또 기웃대자 이거 먹어볼래 하듯이 만들고 있던 스시를 보여준다. 뭔 고기라고 말해주는것 같은데 못 알아들었지만 숙성된 스시인듯 한데 입에서 녹는다. 역시 맛있다. 두 잔의 아사히 생맥주와 맛난 스시를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이즈하라의 밤거리는 조용하고 아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