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기로 맹세하고 애정과
신뢰를 기울여 왔던 파트너에게 나도 배신당한 경험이 있다.
이런 상처는 아마 영원히 낫지 않을 것이다.
출혈이 멈추고 아픔이 사라지고, 눈에 띄지 않게 되는 일은 있어도 낫지는 않는다. 다친 곳이 오히려 튼튼해지는 일도 없다. 잊을 수도 없다.
익숙해지거나 잘라 내거나. 사람에 따라 대처 방법은 다를 것이다.
내 경우는 딸이 있으니 완전히 잘라 내기란 불가능해서 반쯤은 익숙해지고
반쯤은 잊은 척한다는 길을 선택했다.
<어제가 없으면 내일도 없다>(미야베 미유키 ,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애정과 신뢰를 기울여왔던 파트너에게 배신당한 지 2년이 지났다. 처음 1년은 폭풍우 치는 바다처럼 으르렁대는 감정으로 하루에도 몇십 번씩 곤두박질쳐댔다. 언젠가부터 감정이 일렁이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이젠 괜찮아졌나 싶었다. 하지만 이런 상처는 영원히 낫지 않고, 잊을 수 없다는 작가의 말이 맞았다. 꿈속에서, 숨 가쁘게 계단을 오르는 택배 중에 그렇게 전혀 생각지 않았던 시간과 공간 속으로 불쑥 찾아오는 감정을 막을 방법은 없다.
나에게 배신당한 사람들도 이런 상처를 갖고 있을 텐데, 그들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버텼을지, 그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나에게 생긴 몸과 마음의 상처만 드러내기 바빴다. 세상 일은 공짜가 없고, 등가교환의 법칙이 적용된다는데, 내가 당한 배신의 상처는 내가 벌인 배신의 대가이지 싶다. 나에게 상처받은 사람들, 정말 미안하고 죄송하다.
서울 출장 때 들렸던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책 제목(있어 보이는 문장을 좋아하는 유치한 중년이란!)이 눈에 띄어 집어 들었는데, 북스피어 출판사라서 바로 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