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이빙
2023년 4월의 갑작스러움으로 시기가 당겨졌지만 결국 오토바이는 타지 않았을까 싶다. 어떤 일이든 적당한 때가 있다. 휴무일이면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고 딱히 어디를 가겠다 정하지 않은 채 몇 시간씩 돌아다녔다. 그렇게 하면 시도 때도 없이 가라앉고 우울해지는 감정과 몸속에 돌이 들어앉은 듯 꽉 막힌 답답함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다. 지금도 불쑥불쑥 찾아오는 감정이지만 내성이 생길 수 있게 마음 근육을 키워준 고마운 존재다.
그래도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달래는 데 한계가 있어 남는 시간을 소비할 무엇이 필요했다. 활쏘기, 탁구를 시작했다 관뒀다. 개인주의자여서 그런지 집단적 문화에 반감이 있고, 내 시간이 얽매는 것을 싫어한다. 그 반감과 얽매는 건 밥벌이만으로 충분하다. 그러다 직장 동료 덕분에 프리다이빙을 접했다. 지난번에 이어 북항 마리나 다이빙풀 두 번째, 아이다 2 자격심사(수심 12m 도달과 레스큐)를 받는 여성 다이버가 버디다.
이번엔 레그퍼스트로 몸 푸는 걸 생략하고, 라인(라이프 가드) 잡고 헤드퍼스트로 10m 내려가는 걸 바로 시작했다. 지난번에 한 번 해봐서인지 긴장이 덜되고, 이퀄도 조금 편해진 듯하다. 힘들지 않게 내려갔고, 10m 바닥에서 얼마 동안 머물다 왔다. 강사쌤은 지난번 보다 자연스럽고 몸에 힘도 덜 들어가지만 여전히 고개를 젖힌단다. 찍어준 영상을 보니 본능적으로 고개를 젖히고 내려가다가 아차! 하고 이성을 찾으면 고개를 숙이기를 반복한다. 발살바지만 이퀄 되는데 바닥을 보려고 왜 고개를 젖히냐? 정면에 있는 라인(라이프 가드)을 보라고! 덕다이빙 입수 후에 라인을 따라 직진으로 내려가지 않고, 사선으로 비스듬하게 내려간다. 고개 숙이기, 핀차기 제대로!어찌해서
다이빙 컴퓨터라 부르는 시계를 강사쌤이 채워주며 덕다이빙으로 내려가란다. 귓속에 살짝 통증이 생기는 듯해서 이퀄에 집중했더니 괜찮아졌다. 물 위로 나왔더니 축하한다고 해서 "(왜 그러나 싶어) 예?", "12m 찍었잖아요. 컴퓨터 보세요." 시계를 봤더니, 12.9m가 찍혀있다. 이야~ 이런 날이 오다니!
남들은 다이빙 첫날부터 잘만 되는 이퀄인데 나는 몇 달이 돼도 안 돼서 10m 이상 다이빙풀은 엄두도 못 내고 매번 6m에서 연습했다. 강사쌤이 “포기만 하지 마세요. 결국 됩니다.”했지만 프리다이빙이 나랑 안 맞다 싶어 서울 출장을 핑계로 한두 달을 다이빙풀을 찾지 않았다. 머리의 기억보다 몸의 기억이 오래간다더니 물속에 머물 때 경험이 잊히지 않아 다이빙풀을 다시 찾았다. 포기하지 않아야 그나마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있고,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질 가능성이 있다. 그게 다이빙이든, 택배든 아니 사랑도 그렇다.
지난번에 10m, 이번에 12.9m 찍었다. 강사쌤이 버디가 하는 레스큐를 잘 보고, 오늘 레스큐까지 해보자 한다. 그게 되면 아이다2 따는 건가 물었더니 그렇단다. 하지만 세상 일이 생각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은가? Rescue는 실패했다. 수심 10m에서 의식을 잃은 버디(역할은 강사쌤)의 코와 입을 손으로 막고, 물 위로 올라온다. 부이 주변에 머물며 의식을 깨우고 본인 호흡을 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제자리가 아니고 물 위를 빙빙 돌며 떠다닌다. 핀차기가 안된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가 안 되는 정직한 몸이라니! 강사쌤이 발등을 쭉 펴고 허리에 힘을 빼고 고관절부터 다리 전체를 천천히 움직이라는데, 그게 잘 안된다. 예전에 많이 하던 농담으로 '마음은 박남정, 몸은 김정구', 나이 들수록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는 걸 실감 중이다. 그래도 포기하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