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나의 불청객

by 잠시ㅡ나

너와 나의 첫 겨울 방학은 길고도 짧았다.


무려 두 달 반이나 되는 긴 방학을 처음으로 너와 함께 보냈다.


무슨 이유인지,

봄바람 살랑이는 봄날의 처녀처럼

나풀거리기만 하고 싶던 나에게
긴 겨울 방학은 참 쉽지 않았다.


교사가 된 후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던,

쉼과 같았던 그 시간에
툭 하고 끼어든 너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불청객 같았다.


갑자기 두 발이 묶이고,
두 귀는 쉴 틈이 없고,
지친 목은 계속 소리를 내야 했다.


참 사랑스러운 네가 부르는
처음 들었을 때는 그리도 신기하고
반갑기만 하던 그 말,

‘엄마’.


나를 부르는 그 소리가
이렇게 무겁게 느껴진 적이 있던가.


너와의 다시는 오지 않을 이 시간,
첫 겨울 방학을
즐겁고 행복하게, 그리고 알차게
보내고 싶던 열정은 점점 사그라들고
그 자리에 답답함이 채워져 갈 즈음…


고민 끝에
책 한 권을 들고
드립커피가 맛있다던 카페에 갔다.
너를 한 시간짜리 방학 특강에 보내놓은 채로.


그 한 시간,
커피값과 기름값을 썼지만

평소엔 그리도 싫어하던 한겨울의 찬바람도
맑게만 느껴지는 그 시간을
나는 즐기기로 했다.


이렇게 편안하고 조용하게
책을 읽어본 게 언제였던지.


아이를 낳고 살다 보니
어느 순간 머리에 과부하가 걸려
책 한 권 읽는 일조차 쉽지 않았던 나였다.


그렇게 하루는
산미가 있는 드립커피를 즐기고,


또 하루는
감성을 건드리는 소설책을 읽으며


조금씩 나를 챙기다 보니
어느새 길던 겨울 방학의 끝이 보였다.


아뿔싸.


너와 같이 다음 학년 수학 예습도 하려고 했는데…
둘이 더 많이 즐겁고 알차게 놀려고 했는데…
방학이 끝나버렸다.


길기만 하던 그 시간들도
지나고 나면 순식간이다.


힘들기만 하던 그 순간들도
지나고 나면
어느새 추억이 된다.


너와 나의 너무나 길던 방학도
지나고 나니
찰나 같다.


다음 방학엔…
더 잘 지내보자.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나의 불청객이여.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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