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늙어, 나도 늙고...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게...

by 잠시ㅡ나

어느 날인가 대문자 F 네 개짜리 아빠가 말했다.


“난 요즘 자기도 싫더라.

자고 일어나면 늙는 것 같아서…”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아… 아빠 감성 또 올라오나 보네.’

하며 그냥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아빠의 그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늙긴 했나 보다.’


내가 어렸을 땐,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고

이해되지도 않던 말들이

어느 순간부터 이해되기 시작했다.


내가 그러하듯,

아빠도 어리고 젊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그랬듯,

보통의 누군가가 그러하듯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


폭싹 속았수다의 엄마, 애순이의 말처럼.

거울 속에

웬 늙은이가 앉아 있는 느낌이랄까.


나도 그랬다.

삶을 살면서 단 하루도

‘아, 오늘도 나이 먹었네.

나는 늙어가는 중이구나.’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주어진 역할과

주어진 삶을 살았을 뿐인데.


거울 속에서

주름진 나를 마주했을 때,

기분이 묘했다.


열심히 살아온 나날에 대한

뿌듯함보다는

내가 알던 나를 잃어버린 듯한 당황스러움.


마치

‘내가 사라진 기분’이랄까.


어?

나 어디 갔지?


내가 인지하던 나는

거울 속의 나보다

적어도 열 살은 더 젊은데.


언제 내 얼굴에

이렇게 주름이 생겼지?


아… 나 40대구나.


마음속의 내가 아닌,

실제의 나를 마주한 첫 느낌은

기쁨이 아니라 낯섦이었다.


사실 지금의 나는

지난 날을 열심히 살아온 결과이며,

이 이마의 주름은

내가 많이 웃으며 살아왔다는 증거라는 걸

알면서도.



알면서도

쉽게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마치

사십춘기를 맞이한 느낌이랄까.



요즘 사람들이

조롱처럼 쓰는 그 단어,

‘영포티’도.


어쩌면

주어진 시대와 삶을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

기억 속의 자기 모습으로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만들어낸 말은 아닐까.



시간은 흐르고,

나이는 들고,

주름은 늘어가지만.

내 안의 나는 여전히 나니까.


내가 기억하는 내가

몇 살이든,

세월만큼 늙지 않았을 수도 있다.



어른은 어른다워야 하고,

나이값을 해야 할 때도 있겠지만.


그들 역시

어리던 시절이 있었고,

뼛속까지 늙어가고 있을지언정

마음속에 품은 젊은 날을

그리워하면 좀 어떠랴.



너는 평생

지금 같을 줄 아니?



너도 늙어.



물론,

난 더 늙겠지만. ㅋㅋ



같이 늙어 가는 처지야, 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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