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이, 봄처럼

by 잠시ㅡ나

내내 추운 겨울이라 생각했다.

옷차림은 얇아져도 바람은 차갑게 느껴졌다.
도대체 봄은 언제 오나,
이러다 여름이 바로 오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그런데 문득 고개를 들었더니
머리 위에 곱게 핀 벚꽃이 보였다.

내가 아직 겨울이라고 생각하던 순간에도
봄은 이미 오고 있었다.

그러고 나니
철쭉도 보이고,
조금은 더 푸르러진 나뭇잎도 보인다.

그렇게 소리 없이 봄이
내게 오고 있었다.

아이도 그러한 것 같다.

내가 낳은 지가 언제인데,
내가 애쓰고 있는 지도 오래인데,
너는 도대체 크긴 크고 있는 걸까.

아직도 내 손이 많이 필요하고,
아직도 내 귀는 오래 들어주어야 하고,
아직도 내 품을 자주 찾더니만.

어느 날 문득 얼굴을 보니
통통한 젖살은 빠지고
어느새 언니가 되어 있었다.

내 손을 꼭 잡고 걷던 그 거리도
이제는 혼자 걸어온다.

내가 나가면 따라오기 바쁘던 발걸음도
어느새 집 안에 머문다.

내가 보지 못한 사이에
너도 크고 있었다.

그렇게 소리 없이 오던 봄처럼
너도 소리 없이 크고 있었다.

어느새 너는
내 품에 안긴 아이가 아니라
제 계절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이제 너에게는 따뜻한 봄이 왔고,
언젠가 뜨거운 여름도 오겠지.

그때의 너를 잘 맞이할 수 있도록
나도 조금씩,
다음 계절을 준비해야겠다.

아마, 갱년기쯤으로.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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