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주짓수하러 푸껫간 이야기 #1

푸껫에는 MMA거리가 있다

by Binny

빗소리가 가득하다. 어젯밤 푸껫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탈 때부터 부슬부슬 오기 시작하더니, 오늘은 하루 종일 올 기세다. 덕분에 오전에 두어 시간 전기가 나갔다가 막 다시 들어왔다. 비 때문에 나가기 귀찮다는 핑계로 방에서 뒹굴거리다가 노트북을 켰다. 백수가 된 지 8일째다.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하고 한 2~3주 아무 생각 안 하고 운동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사실 더 있고 싶어도 곧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니까 — 도복을 챙겨 비행기를 탔다. 왠지 모르게 무림고수의 냄새를 풍기지만 사실 운동신경 따위 전혀 없는 쪼렙에 불과하다. 처음부터 푸껫에 와야지 생각했던 건 아니다. 아니 쌍쌍이 가는 이런 관광지에, 혼자 가서 뭘 하고 논담. 하지만 많지 않은 선택지 중에서 푸껫은 꽤나 괜찮은 답안으로 보였다.




관광지에서는 떨어진 Chalong 지역. 바다가 보이지도 않고, 산으로 둘러 쌓인 것도 아니지만 Soi Ta-iad에 들어오면 대규모의 MMA 캠프들이 즐비하다. 운동하는 사람들이 모이는지라 이들을 상대로 하는 가게도 많다. 단백질 셰이크를 파는 주스 가게, 각종 보충제를 파는 약국. 훌쩍 들어간 식당에도 Fighters Menu가 있다.


Fighters Menu. 닭가슴살 스테이크, 데친 야채와 밥 한공기 - 뭔가 허전해서 맥주도 곁들였다. 도합 4700원
숙소가 있는 골목길 풍경. 아침부터 운동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메인 스트리트에서 슬쩍 벗어난 골목길. 이 골목에만 피트니스 센터 1곳, 크로스핏 센터 1곳, 무예타이 도장 2곳, 무예타이 경기장 1곳이 있다. 캠프와 연계한 숙소들도 구석구석 자리한다. 캠프에 등록할 때 숙소 비용도 체육관에 함께 지불한다. 숙소 대부분은 1~2인실로 이루어져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혼자 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골치 아픈 것이 숙소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걱정을 덜었다. 아래 숙소가 하루에 3만 원 정도. 으리으리하지는 않아도 한동안 지내기에는 괜찮다.


2home Resort. 방이 꽤 컸다. 서울에 있는 내 원룸보다도 넓을 듯...
냉장고도, 에어컨도, 책상도 있을건 다 있다.
방 바깥쪽에는 간이 싱크대와 욕실이 있다.

다만 문제는 이 지역을 벗어나 마실이라도 나갈라치면, 반드시 차량이 필요하다. 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다. 큰길로 나가도 차들이 쌩쌩 달리는 큰 도로라 길을 건널 수도 없다. (횡단보도 이런 거 없다.) 한국처럼 차도, 인도가 명확하게 나뉜 것도 아니라 도로 옆으로 걸어가기도 애매하다. 스쿠터를 빌리거나, 택시를 타거나, 투어차량을 타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평일에는 종일 운동할 테니, 주말에 근처 투어라도 나가야겠다.




한량처럼 일요일을 보내고 이제 곧 월요일이다. 첫 수업! 빌빌거리면서 민폐나 안 끼쳤으면 좋겠다. 2주 동안 잘 해보자!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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