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껫의 열기는 도장에서 가장 뜨겁다
민폐가 문제가 아니다. 기절하지만 않으면 다행이다. 첫 레슬링 수업에 들어가고 10분 뒤에 든 생각. 아직 워밍업도 끝나지 않았는데 땀이 비 오듯 흐른다. 작은 에어컨 2대로 넓은 매트를 식히는 건 불가능하다. 사람들의 열기에 공기는 더욱 데워져서 에어컨 바람이 한겨울 입김 마냥 뽀얗게 퍼진다. 매트 곳곳에는 땀으로 웅덩이가 생긴다. 매 수업이 끝나면 스태프가 와서 바닥을 한 차례 닦고 간다.
이 곳의 하루는 단순하다. 7시 30분 쯤 일어나 아침식사, 9시 15분 쯤 숙소를 나선다. 체육관까지는 도보 10분. 오전에 2타임을 뛰고, 돌아와서 씻고, 땀에 찌든 도복을 세탁소에 투척 후 점심식사. 숙소로 돌아와 글을 쓰고 빈둥거리다보면 저녁 수업 시간이다. 저녁 수업 1타임을 뛰고, 다시 씻고, 저녁을 먹으며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보면 금방 10시. 들어와서 내일을 준비하고, 오늘 배운 기술을 정리하면서 참새같은 기억력을 한탄하다(…) 잠든다.
주짓수 수업 구성은 여느 도장과 큰 차이가 없다. 워밍업 30분, 테크닉 30분, 스파링 30분. 워밍업이 시작되면 정신이 없다. 갖가지 동작으로 달리다가 PT체조 30번, 스프롤 30번을 1세트로 3세트를 뛴다. 하이라이트는 바로 공 던지기. 모두가 원을 그리며 뛰다보면 어디선가 공이 날아오기 시작한다. 공을 받자마자 다른 누군가에게 던져야 하는데, 잘못 던지거나 놓치면 푸시업 20번. 워밍업 마무리는 매트 끝에서 끝까지 드릴 대여섯 가지. 이후 두 세가지의 테크닉을 연습하고 30분간 스파링 후, 다시 한 차례 뛰다가 인사하고 악수하며 훈훈하게 수업 종료. 칼슨 그레이시 계열의 블랙벨트 4그랄인 Olavo Abreu 사범님이 열정적으로 지도를 맡고, 블랙벨트인 코치 두 분이 돌아다니며 자세를 바로 잡아준다.
매트는 전세계에서 온 사람들로 항상 북적인다. 매 수업마다 50명 전후의 학생들이 들어온다. — 덕분에 드릴할 때 교통체증이 일어난다. — 사람이 많은 만큼 유색벨트도 많다. 학생 중에는 화이트 벨트가 절반 정도, 유색 벨트 중 가장 많은 건 퍼플벨트. 브라운벨트와 블랙벨트도 있다. 여자도 많다. 보통 6~8명 정도는 항상 있어서 남자들과 기술연습 안 해도 된다! 내가 제일 작다보니 낑낑대는건 매한가지지만, 한국에서 보기 힘든 퍼플벨트와 브라운벨트의 여자들도 여럿 있어서 동기부여가 된다.
덧붙여, 주짓수 수업은 오전이 메인이다 보니 저녁에는 상대적으로 사람이 적다. 평균 30명 정도. 저녁 수업은 오전 수업 때의 블랙벨트 코치 한 분이 지도하신다. 현역 MMA 선수라 활용 가능한 연계기나 디테일을 콕 찝어주셔서 좋다.
벌써 일주일이 훌쩍 지났다. 아직 기절은 안 했다. — 실제로 지난 주 누군가 쓰러져서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얘기가 있었다 — 주말에는 함께 바다를 보러 나가고, 어제는 항상 기술 연습을 같이하던 친구가 미국에 돌아갔다. 오늘은 블루벨트로 승급한 친구가 있었다. (feat.띠빵) 해는 여전히 쨍하고 매트는 더욱 끓어오른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 곳의 열기가 정말 그리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