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주짓수하러 푸껫간 이야기 #3

뒷 이야기 — 16일 간의 트레이닝 결산

by Binny
돌아오기 전날, Nai Yang Beach. 한적해서 좋았다.

춥다. 한국에 돌아왔다. 벌써 연휴도 지나고 2월이 시작되었다. 한창 회사 다닐 때에는 아침마다 벽에 걸린 달력을 보았는데, 1월 내내 한번도 못 본 달력을 뜯으려니 뭔가 어색하다. 뜨거운 햇빛 아래 있을 때는 전혀 몰랐는데,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거울을 보니 왠 시커먼 처자가 바라보고 있었다.


막상 한국에 돌아와서는 운동을 많이 못 했다. 서울서 다녔던 도장은 문을 닫아 새 도장을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새롭게 시작할 회사가 확정되어야 그 근처로 도장을 잡을 텐데 말이지. 게다가 푸껫에서 막판에 스파링 할 때 손가락을 조금 다쳤는데 — 스파링하다 내 무릎으로 내 손가락을 찍어 눌렀다. 혼자 다치고서도 어이가 없다. — 막상 멀쩡한 것 같다가도 한 번 운동했더니 괜찮은 것도 아니고 안 괜찮은 것도 아니고. 덕분에 뒤늦게 정형외과에 다니고 있다. 이러다 한동안 빡세게 운동한 것이 도루묵 되는 건 아닐런지 살짝 걱정이다.




푸껫에 있던 2주간은 바라던 대로 아무 생각 안 하고 운동만 했다. 다들 종일 운동만 해서 아침이고 저녁이고 빠지지 말아야 할 것 같은 분위기. 오전 2타임이면 2시간 반, 저녁 시간까지 하면 하루 4시간. 거기에 실외 수업을 병행한다면 시간은 더욱 늘어난다. 수업 후에는 프로틴 쉐이크, 술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 그러니까 왠지 더 운동해야 할 거 같은데 나 혼자 빠진 것 같고 막 이랬는데, 돌이켜보니 계획만큼은 참석한 데서 위안을 조금 얻어보기로. 막상 빠지고 놀러갈 때 보면 자주 빠지는 사람들만 꼭 빠지더라 깔깔.

원래 계획은 오전 수업과 화목 저녁 노기수업만 가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경비는 많이 들지 않았다. 현지에서 사용한 비용은 트레이닝 기간인 16일 동안 머물면서 쓴 것보다 트레이닝 끝나고 여행하던 4일 동안 쓴 비용이 더 많다. 캠프가 있던 Chalong 지역은 관광지가 아닌지라 물가가 저렴하다. 작은 파인애플 한 통에 20바트(680원). Chalong에서 지낼 때는 1일 1파인애플 하며 지냈다. 트레이닝 끝나고 관광지로 나오니 40바트(1,360원). — 그래도 저렴하긴 하지만 현지 물가에 적응되다 보면 비싸보이더라 — 여하튼 밖으로 나가지 않는 이상 돈 쓸 일은 없다.

1일 1파인애플 하러가던 동네 식당. 주인 할머니가 항상 환하게 반겨주셨다.
관광 안 하고 운동만 할 때, 비행기 표 포함 2주에 150 정도면 큰 불편 없이 지내겠다.

2주간 수업료, 16일간 숙박비용이 41%를 차지한다. 캠프와 연계된 숙소(2성급 리조트)였는데, 물론 더 비싼 곳도 더 싼 곳도 가격대는 매우 다양하게 있다. 다시 간다면 굳이 연계된 숙소에서 지내지 않고 따로 더 좋은 아파트를 찾아 렌트하지 않을까.


항공사는 진에어 직항이 저렴하게 나와서 탔는데 기내식도 부실하고 무료 수하물도 적어서(15kg, 1개)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다른 항공사로 탈 것 같다. 도복 3벌 가져갔는데 수하물 무게 맞추느라 힘들었다.


교통비는 올 때, 트레이닝을 마치고 떠날 때, 그리고 주말에 지역 밖으로 나가면서 들었다. 스쿠터를 빌리지는 않고 여럿이서 콜택시를 불렀다. 관광지도 아니고 현지인들만 사는 곳도 아니고, 외국인들이 장기 체류하는 어정쩡한 구역이라 Tuk-Tuk도 잘 안 다닌다. 스쿠터를 빌린다면 교통비를 좀 더 절약할 수 있을 듯. 아니, 스쿠터도 타고 택시도 타고 하니까 더 들려나.


현지 물가에 비해 세탁비가 많이 든 편이다. 동네 세탁소에 가면 일반 의류는 1kg에 40바트(1,360원). 도복은 별도 세탁을 해야해서 1벌당 80바트(2,700원) 들었다. 워낙 땀이 많이 나서 아침 저녁으로 기(Gi) 수업 두 번 있는 날이면 2벌 빨아야 한다. 코인 세탁소는 없다. 건기라 점심 쯤 맡기면 다음날 아침에는 바로 찾을 수 있었다.


기타 항목에는 통신비(LTE 사용가능한 30일짜리 현지 유심칩), 주말투어, ATM 출금 수수료 등이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현지 유심칩을 사용해도 연결이 되다 말다 하고 어디든 와이파이는 쉽게 쓸 수 있어서, 짧게 간다면 굳이 필요하지는 않을 듯하다.




다시 푸껫에 가는 티켓을 찾고있다. 실은, 징검다리 연휴를 끼고 일주일 정도 오면 좋을 텐데 — 아직은 놀고 먹는 백수지만 뭐 다시 일하긴 할 테니까 — 하면서 트레이닝 끝나기 전부터 시작했다. 다시 갈 수 있겠지? 푸껫이 아니더라도 함께 운동하던 친구들과 한국에서 같이 운동할 인연이 이어질 수도. 결국 중요한 건 장소가 아니라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이니까. 우리,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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