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백구 '달래' 임보 이야기 #4

4화 사람 좋아

by 김작은

"어이구, 저런... 야야, 조심해, 조심해!"


아주 객관적이고도 명확하게 달래는 예쁩니다. 미견이라고 할 수 있죠. 진도 '믹스'견이지만, 진돗개의 오뚝한 콧날과 쫑긋한 귀, 맵시 있게 잘빠진 꼬리는 굴곡 없이 부드럽게 말리고, 길게 뻗은 다리 덕분에 비율까지 좋습니다. 성격도 순해서 발가락 사이사이를 만져도 멀뚱멀뚱 지켜보고, 주사도 아무렇지 않게 잘 맞았어요. 좀처럼 짖지도 않아서 오죽하면 제가 목소리 좀 들려달라고 애원할 정도였죠.


이렇게 예쁘고 착한 달래의 임보 소식을 SNS에 올리니, 친한 동생들이 종종 찾아왔어요. 평소엔 달래의 목소리를 듣기 힘들어도 문밖의 인기척만 있으면 '푸허!' 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죠. 짖다가 마는 소리인지 짖으려고 시동을 거는 소리인지... 하여간 그쯤에서 공기반 소리반 목소리는 끝납니다. 문이 열리자마자 수제비 귀를 하고는 부리나케 달려가 안전문을 뛰어넘을 기세로 깡충거리며 꼬리를 흔들어야 하거든요.



지인들이 현관에서 신발을 정리하고 안전문에 매달린 달래를 만지는 순간, 우리는 '개조심'을 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위험하냐고요? 어찌 보면 그렇죠. 너무 반가운 나머지 희뇨를 하거든요. 여담이지만 임보를 하는 동안 달래의 희뇨 때문에 수도 없이 조심하라는 경고를 해왔는데 단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괜찮다고들 하셔서 저는 조금 놀랐답니다.


'다들 강아지의 오줌까지 사랑하는 건가...?'




"아주 그냥 *득의양양(得意揚揚)일세?"

* 뜻한 바를 이루어 우쭐거리며 뽐냄


달래는 집에 온 사람들은 신나게 반겼지만, 산책할 땐 어린아이가 지나가도 겁먹고 줄을 당겼습니다. 여자친구는 어린 강아지들이 세상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무서운 것들 투성이라고 생각해서 친숙하고 안전한 집을 나오면 사람도 무서워하는 거라고요. 그러한 오해를 풀어주는 것이 우리 역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어릴 때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사람을 더 만나게끔 인근 대학 캠퍼스까지 산책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인도는 좁아지고, 사람들은 많아지니까 겁먹은 달래의 산책은 역시나 쉽지 않았죠. 어르고, 달래고, 벽에 붙어서 캠퍼스 앞에 다다랐을 무렵, 아... 이게 웬일인가요? 강아지 입장이 불가능한 곳이었습니다. 대학생들의 예쁨을 받게 해주고 싶었던 아쉬움에 주변을 조금 돌다가 발걸음을 돌렸어요.


바로 그때!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두 명이 다가와 쭈뼛대며 예뻐해도 되냐고 묻더군요. 물론, 된다고 말하기도 전에 반 무릎을 꿇은 학생에 안겨 뽀뽀를 퍼붓는 달래였죠. 덕분에 집에서처럼 '윽! 희뇨! 안 묻게 조심하세요'를 외쳤습니다. 희뇨가 신발에 묻든 말든 한참을 예뻐하고 갈길 가는 학생들이 참 귀여웠습니다.



그래요, 달래에겐 세상에 대한 오해는 참으로 풀기 쉬운 일이었나 봅니다. 어렵게 온 길을 돌아가는데 이게 웬걸! 한 번 이쁨을 받고 난 달래는 득의양양하게 고개를 쳐들고, 꼬리는 한껏 위로 말아 올렸으며, 발걸음은 총총 가볍더군요. 지나는 사람들마다 쳐다보며 자기를 이뻐하라는 듯한 제스처까지 취했어요. 사람들이 그냥 지나가버리면 왜 자기를 이뻐하지 않는지 의아한 것처럼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달래는 전형적인 '사람 좋아'형 강아지였죠.




집에 돌아온 여자친구는 당장 '사람 좋아' 문구가 쓰인 패치를 구매했습니다. 요즘은 반려견 인식이 많이 개선돼서 함부로 남의 집 강아지를 만지지 않거든요.(개선된 인식이 아쉬울 정도로 쉽게 다가오지 못하더라고요) 게다가 내성적인 사람들은 견주에게 물어보기도 쑥스러워 그냥 지나치기 일쑤죠.


"자기, 강아지 무서워하지 않아?"


패치를 구매한 그녀의 의도는 카페에서 빛이 났습니다. 어느 날씨 좋은 주말 오후,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려던 산책에서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 예정에 없던 카페를 방문하기로 했어요. 반려견 입장이 가능하다고 명시된 카페 여기저기에 전화를 걸어 매너팬티 없는(그새 기존 팬티가 작아질 정도로 달래가 컸더군요) 대형견도 입장이 가능한지를 물었어요. 그렇게 찾은 벤첸트 카페!


아담한 공간이지만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아주 반가웠어요. 산책을 하고 온 터라 배변도 충분히 했고, 힘도 많이 빼놔서 더 탁월했죠. 여자친구 뒤에 앉은 여성분이 달래를 계속 쳐다보시다가 손을 내밀자 빛의 속도로 사람 좋아 버튼이 눌린 달래가 달려갔죠.



같이 앉아 계신 남성분이 원래 강아지 무서워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여성분은 패치를 가리키며 "'사람 좋아' 강아지는 괜찮아"라고 말하시고 곧장 달래의 뽀뽀 세례를 즐기셨습니다. 저는 여자친구와 눈을 마주치며 서로에게 나이스를 외쳤죠. 그 여성분은 나갈 때까지 발걸음을 떼기 어려워하며 예뻐해 주셨어요.


멀리 앉아계시던 분들은 나가면서 한 번씩 달래를 만지고 나갔고, 새로운 손님들도 한 번씩 달래를 예뻐하며 지나갔습니다. 흔쾌히 받아준 사장님도 정중하게 물으시며 달래를 예뻐했고, 교대하신 직원분도 예뻐해 주셨습니다. '사람 좋아 강아지' 달래에게는 그야말로 행복한 시간이었을 거라 의심치 않기에 저희도 덩달아 득의양양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랑받으면서 행복하고 자신 있는 견생을 살기 바랄게! 사랑해 우리 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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