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백구 '달래' 임보 이야기 #3

3화 잠시만 안녕

by 김작은

"오빠, 나 홍콩 간다~"


우리는 달래와 2024년 10월 13일에 처음 만나고, 2주 뒤인 2024년 10월 27일에 잠시만 안녕을 고해야 했습니다. 임보 신청 단계에서 그녀의 여건이 여러모로 들어맞지 않는 부분 중에 하나였는데, 이미 친구와의 홍콩 여행 계획이 있었던 것이죠. 4박 5일 동안 떨어져 있어야 하다니!


일을 뺄 수 없었던 저도 달래를 데려올 수 없었죠. 달래를 임보 하기 전에 양해를 구했더니, 일주일 정도는 다시 보호소에 맡겨도 된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유엄빠 최고!


가장 친한 친구와의 여행에 설레기만 했던 그녀의 마음엔, 떠나기 싫은 마음도 자리 잡기 시작했어요. 떠나기 싫은 마음에 저도 한 칸 정도 들어가 있으면 좋으련만, 그녀는 몹시 냉정하고도 매몰차게 오직 달래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뭐, 이해합니다. 저는 마음이 넓으려고 애쓰는 사람이니까요.




"얼레? 저저저, 저 녀석 좀 보게?!"


보호소를 향해 먼 길 떠날 채비를 했습니다. 불과 2주 만에 쑥쑥 자란 달래를 켄넬에 넣긴 힘들어서 하네스와 목줄을 꼼꼼히 채웠어요. 그러고는 제가 안고 조수석에 탔죠. 그녀는 평소에도 안전 운전을 잘했지만, 달래를 태울 땐 더욱 각별히 주의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소에 다다를 때쯤 등장한 좁고 거친 비포장 도로 때문에 달래는 멀미를 하고 말았어요.


꿀렁꿀렁 가슴이 부풀었다가 이내 토를 해버렸는데, 순간적으로 손을 내밀어 토를 받아내는 그녀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얼른 닦아낸 뒤 내렸더니 운동장에 있던 유기견 녀석들이 먼저 알아보고 짖어대며 반겼습니다.


2주 만에 정이 들어서 떨어지기 싫은 마음은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달래 역시 마냥 사람을 좋아하다가 이제는 저희를 알아보고, 저희를 더 좋아한다고 느껴졌고요. 괜히 이별의 아픔을 겪게 하는 건 아닌가 걱정했습니다. 게다가 다 와서 토까지 해버리니 저희 마음은 더욱 아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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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을 받고 보호사님이 나오자 그 누구보다 반기며 희뇨까지 하는 달래. 저희는 안중에 없더군요. 저 녀석 좀 보게...

그럼에도 걱정이 앞섰던 건지, 서운하기보다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분리 불안도, 이별의 아픔도 우리만 극복하면 되니까요. 달래는 그저 아기 백구의 순수함 그 자체였어요.




"너무 아쉬워하지 말고 일주일 뒤에 다시 보자."


뒤도 안 보고 보호사님 따라 들어가는 씩씩한 달래 덕분에 우리도 홀가분하게 차에 올라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었습니다.

'군포 시민 체육광장 주차장'

이 좋은 날씨에 달래도 없으니 홀가분하게 바위 잡으러 출발!


여자친구와 단둘이 바위를 잡으러 온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요즘 클라이밍계 스포츠가 급부상하면서 유입된 사람이 많아졌거든요. 그래서 실내 스포츠 클라이밍뿐 아니라 바위를 잡으러 오는 인원도 많아졌는데 아무도 없더군요. 이 좋은 날씨와 이 좋은 바위에 아무도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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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바위를 타다가 해가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아직 완등하지 못한 문제가 남아 있었어요. 동작은 다 만들어 놨는데 힘이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너무 아쉬워하지 말고 다음 주에 달래 찾으러 올 때 다시 붙어보자고 다독였어요.




2024년 10월 31일 목요일 밤에 여자친구가 귀국했습니다. 그리고 2024년 11월 1일 금요일 저는 연차를 냈고, 임보 할 때 같이 갔던 최 모 씨도 연차를 냈어요. 그렇게 클라이밍에 미친 김 모 양까지 태우고 다시 찾은 보호소! 가 아니라, 밤바위산!


그녀는 일주일 전에 완등하지 못한 문제를 금세 풀고야 말았고, 다른 (클라이밍에) 미친 아이들도 충분히 즐겼기에 서둘러 하산했습니다. 부랴부랴 찾아간 보호소에서 달래는 또다시 수제비 귀를 하고, 꼬리를 프로펠러 마냥 흔들어 대며 반겼습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가 또 있을까요?

차가 막혀 돌아오는 길은 평소보다 오래 걸렸지만, 얌전히 잘 견뎌준 아기 백구 달래가 자랑스럽기까지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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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와 일상의 균형 잡기는 행복한 일입니다.


임보를 하다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잡다하게 떠오른 생각을 붙잡아 정리하자면, 강아지도 행복했으면 좋겠고 사람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겠죠.


전적인 책임감과 더불어 일부 포기하는 것들에 대한 균형을 잘 잡아야 강아지를 위하면서 저희도 행복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강아지에게 너무 매몰되어 자기 생활을 못하는 것은 결국엔 강아지를 위하는 것도 아닐 테니까요.


이런 복합적인 생각과 고민을 하게 해 준 달래 덕분에 우리 역시 한 단계 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임보 이야기가 결국엔 끝나더라도, 달래 덕분에 성장하고 넓어진 세계는 결코 줄어들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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