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백구 '달래' 임보 이야기 #2

2화. 분리 불안 적응기

by 김작은

"저기... 내가 얼른 달래한테 가볼까?"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하고 여자친구에게 제가 한 말입니다.


그녀는 달래를 데려오면서 예전에 씩씩이를 임보 할 때 썼던 안전문, 홈캠, 방석, 배변판과 배변패드 등의 기구들을 차근차근 꺼내어 요리조리 설치했어요. 부족한 건 당근으로 더 사들였습니다.


접종은 3차까지 한 상태여서 초반 2일만 외출을 삼가고, 3일 차에 흙을 피해 산책을 했죠. 물론 첫 산책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겁에 잔뜩 질려 줄을 엄청 끌었거든요. 그녀는 배울 것 투성이라고 걱정했지만 감동적인 첫 실외 배변의 순간을 회고하곤 합니다. 이후로도 저희는 달래가 배변하는 자세를 무척이나 귀여워했어요.


임보 후 우리의 첫 외식은 4일 차 저녁 식사였습니다. 달래에게 분리 불안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집 근처 돈가스 집으로 갔지요. 그녀는 집에서 나오자마자 홈캠 어플을 켰고, 식당에 도착하기까지 수차례 들여다보았습니다. 메뉴를 주문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했죠. 그런데 그 순간, 달래가 검고 긴 물체를 물고 방석에 앉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러고는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죠.


이갈이 시기를 보내고 있는 달래는 문지방, 나무 몰딩 등을 발로 긁거나 이빨로 갉아먹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망가질 우려가 있는 것들은 최대한 방에 넣어두고, 노출된 전선들은 접근하지 못하게 가려두었었죠.


그런데 홈캠에서 어렴풋하게 보이는 저 물체는 검고 굵은 에어컨 전선의 일부 같기도 했습니다. 하필이면 홈캠 각도로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두고 물고 있어서 불안해지기 시작했죠. 전선을 이미 뜯은 것이라면 그 기계는 어쩔 수 없지만, 달래가 씹다가 삼켜버릴 것이 가장 우려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얼른 다녀올까 했던 것이었죠.




"아냐 괜찮을 거야. 괜찮겠지? 아마 삼키진 않을 거야. 설마 뜯진 못했겠지? 그 굵은 전선을 지가 무슨 수로 뜯어. 다른 걸 거야. 다른 거면 대체 뭐지?"


그녀의 말에 섞인 물음표 때문에 제가 대답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녀는 폰 화면에서 눈도 떼지 못하고 혼자서 말을 이어갔습니다. 조금만 더 있다간 정신줄을 놓을 것 같아서 오토바이 키를 들고 바로 일어났죠. 그제야 저를 보더니 미안하지만 부탁 좀 한다고 하더군요. 달래에 대한 걱정과 제게 심부름을 시켜야 하는 미안함이 뒤섞인 그녀의 표정이 왠지 모르게 따듯했습니다.


집에 도착해 보니 전선인 줄 알았던 물체는 검은색 나무 연필이었습니다. 언젠가 에어컨 뒤로 굴러 떨어진 연필을 달래가 발견하고 물어뜯은 것이었죠. 저도 안도하며 조각난 나무조각들을 치우고 달래를 바라보았습니다. 그저 꼬리를 흔들며 해맑게 웃는 달래. 다시 돌아온 저를 반기지만 입질도 없이 순하기만 한 달래. 녀석의 모습에서 씩씩함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죠.


아하, 분리 불안을 없애는 훈련은 비단 강아지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필요한 것이었구나!




"뭐였어?"


홈캠에서 들려온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습니다. 제가 치우는 모습도 다 보고 있었더라고요. 그녀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면서 달래에게 줄 간식을 찾았습니다. 달래에게 인형과 간식을 주자 제가 집을 나가든 말든 관심도 안 갖더라고요. 속으로 생각했죠. '우리 달래... 분리 불안이 서운할 정도로 없는 것 같은데...?'


서둘러 식당으로 돌아가니 주문한 메뉴가 진작 나와서 식어 있는데도 배고프다던 그녀는 제가 오기까지 한 입도 먹지 않았더라고요.


"오빠, 내가 더 분리 불안이 있나 봐."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우리 달래 참 착하고 순하고 예쁘고 씩씩하더라. 그러니까 걱정 그만하고 얼른 밥 먹자. 캠을 안 보는 게 상책이야."


해맑은 달래와 수만 가지 걱정을 떠안은 우리의 임보 생활이 과연 어떨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습니다.


우리는 만난 지 얼마 안 된 아기 백구 달래를 사랑한다는 것 말이죠.


걱정과 미안함이 뒤섞인 그녀의 표정은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었고, 헐레벌떡 달려가서 마주한 달래를 보고 안도한 저의 마음도 사랑에서 비롯된 것처럼, 언제나 수제비 귀를 하고 꼬리를 흔들며 우리를 반기는 달래도 우리를 사랑하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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