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백구 '달래' 임보 이야기 #7

7화 운동장

by 김작은

"풀까? 아직 아닌가? 지금 풀까?"

(이번 글은 사진이 많을 예정입니다)


달래의 활동량이 많다는 것은 산책과 산타기로 이미 증명했죠. 그러나 자주 산을 태울 수는 없는 노릇! 저희 체력이 못 따라가요... 게다가 산책하며 달리는 것도 달래에겐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달래가 목줄을 풀고 자유롭게 달릴 수 있는 곳을 찾아보았습니다. 아직 아기 백구지만, 달래가 소형견이 아니다 보니 애견 카페 무게 제한에 걸리는 곳들도 많고 다른 강아지들을 만나본 적이 없기에 많은 개들이 몰리는 곳은 조심스럽기도 했어요.


고민 중에 여자친구가 중랑천에서 러닝 하다가 발견했던 반려견 운동장을 떠올렸습니다. 얼핏 봤지만, 대형견 소형견 공간도 나뉘어 있었다기에 우린 달래와 함께 그 운동장에 가는 것으로 주말 일정을 잡았죠.


주말 날씨는 맑음! 달래와 여자친구와 저는 운동장을 향해 걸었습니다. 마침내 도착한 운동장은 제 기대보다 좋았어요. 높은 펜스와 이중문 덕분에 안전했고, 인공 잔디도 잘 깔려 있었으며, 사람들도 쉴 수 있는 벤치도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여기까지 오는 것만으로도 산책이 끝났을 거리라서 과연 달래가 얼마나 뛰놀지 기대반 걱정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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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유월'이라는 사모예드 친구가 있었는데, '유월'이의 덩치에 겁먹은 달래는 탐색보다는 뒷걸음질 치는 일이 더 많았습니다. 그래서 줄을 풀어도 될지 고민이 됐죠. '지금 풀까? 아직 안될까?' 고민을 반복하다가 줄은 풀지 말고 그냥 손에서만 놓아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야 유사시에 얼른 달려가 잡기가 편할 거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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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 우리 달래가 말이야! 으이? 을매나 잘 뛰는지 아나?"


운동장 첫 방문은 그야말로 뿌듯했습니다. 보람이 있었죠! 달래는 줄을 매단 채로 달리다가 지치면 곧장 저희에게 돌아오더군요. 콜링이 확실히 되진 않지만, 그래도 저희를 의지한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줄을 풀고 더욱 자유롭게 뛰어놀아봤는데 어쩜 이렇게 잘 달리는지... 만약 펜스가 없는 공간에서 이 속도로 도망친다면 절대 잡을 수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산책할 때 더욱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절로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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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유월'이와는 조금 서먹했지만 '유월'이가 떠나고 온 믹스견이 달래보다 의젓한 언니라 그런가, 조금 더 친밀해진 모습이 가끔 보였습니다. 그저 혼자 신나서 달리는 달래에게 으름장을 가끔 놓긴 했지만 결코 공격적이진 않았어요. 무엇보다 달래가 친구들에게 공격적이지 않다는 사실만으로도 기특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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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까지 씩씩하게 잘 걷던 달래는 집에 와서 떡실신 엔딩을 맞았습니다. 계획대로 된 것이죠. 오는 길에 보니까 하천 건너편에 운동장이 또 있더라고요. 건너편이긴 해도 훨씬 가깝기에 검색해서 알아보니 중랑천 곳곳에 반려견 운동장들이 더 있었어요. 다음엔 저기다! 를 기약하며 떡실신한 달래를 두고 우린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클라이밍도 하고, 당구도 치며 취미를 즐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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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를 즐기고 사람들과 만남을 갖는 동안에 운동장에서 뛰어논 달래를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죠.

"마! 우리 달래가 그 큰 사모예드랑 기싸움에서도 안 지고 말이야(애매모호) 으이? 지보다 큰 개들한테 쫄지도 않고!(거짓) 을매나 잘 달리던지! 어떤 개도 따라잡지 못하더라(사실) 이 말씀이야!"(저는 서울 사람입니다)


다음 운동장 방문이 정말 기대됐습니다.




"뉘 집 자식이오?"


두 번째로 간 운동장은 조금 더 활기찼습니다. 소형견 운동장에도 제법 강아지들이 있어서 캉캉 짖어대는 소리가 잘 들려왔죠. 대형견 운동장에는 '럭스'라는 새하얀 강아지가 있었어요. 기본은 스피츠 같은데 몸집이 커서 사모예드가 연상됐지만 '유월'이 보다 작아서 그런가 달래가 먼저 접근하더군요! 도도하고 점잖은 '럭스'에겐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피하는 '럭스'를 계속 따라다니지 않고 혼자 뛰어노는 달래가 그저, 계속해서, 쭈욱 기특하기만 합니다. '럭스'의 견주이신 할머니가 '럭스'도 달래처럼 잘 뛰어놀았으면 하실 정도로 달래는 잘 뛰어다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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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스'가 가고, 또 다른 사모예드와 몰티즈가 찾아왔습니다. 몸집이 큰 사모예드가 정말이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달래에게 달려들자 달래가 피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어느덧 팽팽하게 맞서며 서로 장난치는 모습이 베프가 따로 없어 보였습니다. 달리다가 부딪혀도 밀리지 않더군요.


달래 크기의 반도 안되어 보이는 얌전한 몰티즈에겐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서로 냄새를 맡다가 몰티즈가 돌아서면 달래도 딱 그칩니다. 저는 아무것도 한 게 없지만, 그놈 참 뉘 집 자식이길래 이렇게 예의가 바른 지, 괜히 뿌듯했죠. 그러자 여자친구는 아마 달래의 어미인 '두리'가 잘 가르친 걸 거라고 저의 뿌듯함을 일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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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의 날아 차기!!


다시 찾은 운동장에서 골든리트리버만 두 번 연달아 만났어요. 처음 만난 친구는 사람도 좋아하고 강아지도 좋아해서 달래와 여자친구에게 계속 들러붙었죠. 달래는 지난번 사모예드 때와 마찬가지로 조금 피하다가 결국 절친 모드가 되어서 장난을 쳤습니다. 정말 재밌던 장면은, 달래가 리트리버와 떨어져서 다른 관심사에 꽂혀 있을 때 리트리버가 여자친구에게 안겨있으면 달래벌떡 쫓아와서 둘 사이를 훼방하는 모습이었어요. 나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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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달려와서 뛰어드는 바람에 쪼그려 앉아있던 여자친구는 수차례 털썩 주저앉고 말았죠. 자기보다 큰 리트리버까지 날려버리는 강한 날아 차기의 모습들을 카메라에 아니 담을 수 없었습니다. 석양에 물든 리트리버의 금빛 털, 여자친구의 환한 미소, 도통 공중에서 내려오질 않는 달래의 공중부양까지 행복 그 자체였어요.


다음에 만난 리트리버는 사람만 좋아하고 강아지는 별로 좋아하질 않아서 큰 추억은 없었지만, 또 그러면 그런대로 달래는 혼자 잘 뛰어놀았습니다. 저는 정말 이런 강아지는 처음 봤어요. 맞춤형 사교 스타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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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강아지보다 빠르게 달리던 달래. 그런 달래가 물고 온 행복은 그녀와 제 삶에 빠르게 번져만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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