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첫날이 12번이나 필요한 이유
2월의 첫날이다.
처음이라는 것을 떠올리면 대부분 기분 좋은 것들이 많다. 첫눈, 첫사랑, 첫 키스…. 이 단어들을 떠올리고 다음 문장을 이어가기까지 잠시 시간이 필요하다. 첫 경험, 첫 직장, 첫 빠따처럼 때로는 유쾌하지 않은 추억으로 남은 것들도 단어만큼은 낭만적인 이미지로 끄집어내기 마련이다. 처음이란 말의 힘이 그만큼 크다. 한 해의 첫날, 한 달의 첫 날도 그렇다. 새 마음으로.
다른 달에 비해 2월의 첫날은 좀처럼 산뜻한 마음만으로 채우기 어렵다. 후회 가득한 1월 탓이다. 새 해 처음에 계획했던 원대한 포부와 실천력을 점검해 볼 첫날에 스스로가 기특하고 예뻤던 적이 있었던가. 못난 나를 원망하거나 한심하게 여긴 것이 몇 번째인지. 잘 알면서도 또 반복한다. 3월, 4월,5월… 시간이 지날수록 새 달의 첫날은 조금 더 편안해진다. 나를 돌아보던 날카로움은 점점 무디어진다. 마법의 주문 때문이다.
그래, 이번 달부터는.
올 해도 그렇다. 지금은 게으른 나를 질책하는 마음이 12분의 11만큼,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12분의 1만큼 차지한다. 마법의 주문 ‘그래 이번 달부터는’이 마음에 공간 자리싸움에서 나를 사랑하는 쪽의 무기이다. 전세는 시간의 후원에 따라 달라진다. 시간은 너그러움 혹은 게으름과 친구사이다. 그렇게 1년이 지나가면 다음 해 첫날은 나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겠지. 그리고 다시 새 마음처럼 시작하겠지. 그러기를 몇 년, 이 싸움은 늘 결과가 똑같아.
….
아니다.
오늘은 세력다툼 그만 하고 좀 더 따뜻하게 나를 돌아보아야겠다. 지금까지 내가 겪은 2월 1일이 몇 번이나 되었던가. 어쩌면 앞으로 만나야 할 2월 1일이 훨씬 더 많을 텐데 언제까지 뻔한 패턴으로 2월 1일의 나를 괴롭힐 것인가.
그래, 2016년 마지막 날에 아쉬움을 나눠 쓸 수 있는 날이잖아. 새로운 희망을 2017년으로 미루지 않아도 될 첫 번째 기회라고. 맞아. 사람들은 더 많은 첫날이 필요했던 것이야. 게으른 나를 질책하고 혼내려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한꺼번에 몰려올 후회의 무게를 줄여 볼 방법이라고. 그래서 1년에 12번 첫날이 필요했던 것이야. 52번의 첫날은 그리 반갑지 않아.
무엇부터 해 볼까? 작심삼일 체크리스트를 꺼내지 말고 새로운 시작을 설계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 달 살아보니 새로운 꿈을 꾸었던 것이 있을지 모르잖아? 한 달 동안 못 지킨 결심 리스트는 그냥 버리자고. 그것은 다음 달에도 어차피 못할 거야.
오호. 이미 새 마음으로 설레는 걸?
이미지 참조 http://morguefi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