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이 청년인 증거
"요즘 아이들은 하나같이 어떻게 저렇게 다들 예쁜지 모르겠어요. 너무 귀여워요"
언젠가 학교 후배와 오랜만에 만나서 점심을 먹었을 때였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그곳은 여의도에 있는 63시티 빌딩이었습니다.) 여러 무리의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똑같은 가방을 메고 둘씩 손잡고 줄지어 지나가는 것입니다. 아마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소풍처럼 야외활동을 온 모양입니다. 줄 앞 뒤로 지켜보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나란히 짝꿍의 손을 꼭 잡고, 모든 것이 신기하듯 두리번거리며 종종걸음을 재촉하는 아이들을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집니다.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아직 총각인 후배가 혼잣말처럼 이야기했을 때, 저의 대답은 이것이었습니다.
"남의 애들은 다 이뻐."
요즘 TV 예능 프로에서 연예인 부모와 함께 하는 일상 속 순간순간이 너무 귀여운 어린이 스타들의 인기가 사그라들 줄 모릅니다. 아이가 조금 자라면 이제 새롭게 등장한 인물로 팬심이 넘어가는데, 역시 가장 사랑스러운 나이는 3살 정도.
하지만, 저는 가끔 채널 돌리다가 귀여운 장면의 영상을 우연히 접하면서도 뭐 특별히 더 사랑스럽지는 않더라고요. 그 정도는 이미 제 또래 엄마 아빠들 SNS에서도 실컷 보고, 우리 둘째한테서도 자주 보았던 모습이니까요. 우리 지유가 지금 네 살이니 작년 이맘 때가 지금 TV에서 한창 인기 있는 아이들과 견주어 봄 직합니다. 네, 지유도 얼마나 많은 분들이 사랑스러워하는 지 몰라요. 지금도 그렇고요.
아시잖아요. TV에 편집되어 나오는 몇 분의 순간은 24시간에서 잠자는 시간을 뺀 나머지만큼 극성스러운 모습을 덜어내어야 비로소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을요.
어떤 팟캐스트 방송에서 '예수님이 청년인 증거'는 "어린아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천국에 들어올 수 없다"라고 하셨기 때문에, 애를 안 키워본 것이 분명하다는 농담을 듣고 실컷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욕심도 많고, 떼쓰기 일쑤고, 뒤집어엎고, 쏟아내고, 어지르고, 묻히고, 흘리고, 상처 내고, 부수고, 망가뜨리고, 던지고, 잡아 뜯고, 찢고, 올라가고, 떨어지고, 뒹구르고, 넘어지고, 다치고, 울고, 깨물고, 아무거나 삼키고, 아무 데나 그리고, 아무나 때리는, 인간이 맨몸으로 혼자 할 수 있는 모든 사고를 모두 해낼 수 있는 능력 때문에 24시간 긴장하게 만듭니다. 배시시 한번 웃고, 가르치지도 않은 귀여운 표정, 뜻하지 않게 훅 들어오는 어른스러운 한 마디, 그리고 곤히 자는 모습 단 몇 가지 만으로 갚아내는 실로 악마 같은 능력을 보면서 인간의 원죄를 부인할 수가 없다면 지나친 비약일까요?
아무래도 아직 미혼이고 천사 같은 아이들이 예쁜 분들의 환상을 깨뜨리기 너무 미안해서 아이들이 가장 예쁜 순간 정도는 말씀드려야겠네요.
잘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