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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법은 배워도 가르치는 법은 배우지 않는

by 나귀새끼

"선유야, 아빠랑 자전거 연습하고 와."



신이 난 선유. 그래, 오늘은 남은 보조바퀴 하나까지 마저 빼고 해보자.


선유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는 것은 아빠 몫입니다. 왜 아빠 몫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나 색시 모두 아마도 머리 속에 그려 있는 '자전거를 가르쳐주는 아빠'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탓일 겁니다.

막상 자전거를 가르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자전거를 타는 법은 배웠어도 자전거 탈 수 있도록 가르치는 법은 배워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책에서 배울 수 있는 노릇도 아닙니다. 그냥 내가 자전거 타는 모습을 곰곰이 더듬어 가면서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식으로 가르쳐 줍니다.


사실 보조바퀴를 단 채로 자전거를 타다가 보조바퀴 없이 자전거 타기를 시도한 지는 한참 되었습니다. 지난여름에 보조바퀴를 하나 뺀 채로 타 보려고 했지요. 솔직히 오늘보다는 그 날이 더 당혹스러운 날이었답니다. 제가 어릴 적에 하나만 달고 타 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그런 생소한 방식이 양 쪽 모두 뺀 채로 타는 것보다 안전하다고 여겼는 지, 색시도 선유도 그렇게 해보길 원했습니다.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저는 시큰둥하게 반응하며 선유와 함께 놀이터에 갔습니다. 아무래도 이상하게 생긴 짝발(?) 자전거는 저도 어떻게 타야 하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원래 두 발 자전거보다 더 안전한 지도 이해할 수 없었지요. 결국 처음 출발하자마자 넘어져 자전거 손잡이에 가슴을 심하게 찧었습니다. '한번 타 봐.' 라며 주머니에 손 넣은 채로 지켜보던 저의 잘못이었습니다. 아파서 한참이나 우는 아이를 보면서 얼마나 미안하고 속상했는지 모릅니다.


자 넘어질 것 같으면 그렇게 손잡이를 놓지 말고 두 다리로 버티는 연습부터 하자. 그래그래 다리에 힘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야. 페달을 밟지 말고 발로만 굴러서 움직여봐. 그렇지. 걱정 마 아빠가 잡고 있다니까. 계속 발로 굴러. 더 빨리. 그래. 아 그래, 붙잡고 있어. 앞을 봐. 부딪히기 전에 브레이크를 잡아야지. 출발할 때 구르는 힘이 더 커야 해. 그다음부터는 훨씬 수월할 거야. 거기서부터 아빠 앞까지 와봐. 옳지 잘한다. 할 수 있네. 잘하네 우리 딸...



선유가 드디어 자전거를 혼자 탑니다. 추운 겨울인데도 자전거 타고 어린이집에 등교하고 싶습니다. 저도 언니들처럼 요리조리 차들을 피해 다니고, 동생도 뒷 자석에 태우고 싶습니다. 아빠한테 배웠지만 아빠한테 고마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혼자서 자전거를 타는 것을 보는 아빠가 더 기뻐할 테니까요.

아빠도 드디어 자전거 타기 가르치는 법을 알게 되어 신났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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