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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귀새끼 Feb 16. 2016

피아노 학원

피아노, 학교 공부, 육아의 공통점은? 

피아노 학원 가기 싫어


  오늘도 선유가 투정을 부립니다. 며칠 전부터 어린이집 하교 때마다 학원 가기 싫다고 온 몸을 배배 꼬고 있습니다. 달래보기도 하고, 아이의 감정을 짐짓 무시하면서 다그치기도 해봅니다. 어느 쪽이건 아빠의 논리는 늘 “그래도,  참고 해야지.”입니다. 말을 꺼내어 놓고도 이런 빈약한 설득의 기법에 스스로가 한심합니다. 이것도 아빠라는 이유로 짐짓 강요하기 좋은 상대이니까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지 이제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물론 선유가 먼저 배우고 싶다고 얘기했고, 우리 부부 역시 반가운 마음에 흔쾌히 허락을 했습니다. 처음에 가르쳐준 선생님은 아이가 아직 손가락에 힘이 충분하지 못해서인지, 비교적 피아노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잘 가르쳐 주셨습니다. 우리 때처럼 오른손 도레도레도레도부터 시작하지 않을 것을 보면요. 1년 정도 지나고 이제 조금 더 고급 수준의 단계를 배울 때라 지루할 수 있겠거니 하는 생각에 “이번만 지나면 실력도 늘고 더 재미있을 거야.”라고 말해 주었지만 그다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솔직히 조금은 거짓말이기도 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내내 배워봤지만 실력은 늘지 않았고, 저도 피아노가 재미있었던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만일 저의 소질을 닮은 것이라면 애한테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모처럼 시작한 배움인데, 중간에 포기하게 놔 두기는 너무 아깝네요.

 

  선유가 태어나기 전, 그러니까 선유가 엄마 배속에 있었던 신혼 때. 잠자리에서 색시와 이런 얘기를 했었습니다. 

우리는 아이가 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게 하자. 

  그리고 이 얘기를 후회할 때까지 불과 몇 초 지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돈 많이 드는 첼로 같은 것을 하고 싶다고 하면 어쩌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한다는 말도 쉽게 할 말이 아니구나. 그렇게 키득거리며 다시 잠들 때만 해도 “하고 싶었던 것이 하기 싫어질 경우”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피아노도 하고 싶고, 바둑도 하고 싶고, 태권도도 하고 싶고, 예전에는 발레도 하고 싶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만큼 쉽게 싫증도 잘 내는 아이가 어떻게 꾸준히 잘 해내도록 도울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혹시  그동안 들어간 돈 때문에 본전  생각하는 것일까요? 저 역시 억지로 무언가를 시키고 싶지는 않은데,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좋아하지 않은 것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라는 삶에 지혜를 어떻게 가르쳐 줄 수 있을지요.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해 갖고 싶은 선물이나 상품 약속을 매번 하는 방법은 과연 올바른 방법인가 하는 물음표도 생깁니다. 그냥 우리 부모님들처럼 억지로 책상 앞에 앉히는 방법밖에 없는가 싶기도 하구요. 


  나는 어떻게  버텼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주에 어머니를 만나 여쭤봐야겠습니다. 괜히 “넌  말없이 잘 버텼어.”라는 말이나 안 하셨으면 좋겠네요. 아오.. 결국 내가 애 키우기 좋다가도 싫어지네. 

  선유가 이 말을 듣는다면 그러겠죠? 


  하기 싫은 육아도 잘 견디면 나중에 실력도 늘고 좋아질 거야.





떠올려 보니 역시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해야 했던 최고는 학교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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