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인생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또깍.
게임기를 켜는 소리는 어릴 적 마음의 전원을 다시 켜는 소리이기도 하다. 서둘러 육퇴를 마치고 나만의 전원 버튼을 켜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보면, 어느새 밤 10시. 고작 1~2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간다.
처음부터 수집할 생각이나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다. 그저 어릴 적 좋아했던 추억을 따라 회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길로 들어섰다. 나의 어린 시절은 가정용 게임기가 가장 활발히 보급되던 시기였다. 거기다 일본인 아빠 덕분에 닌텐도와 소니에서 출시되는 게임기가 있다면 누구보다 빠르게 접할 수 있었다. 아빠는 최신형 전자기기와 게임기가 나오면 말하지 않아도 사다줬다.
슈퍼패미컴, 닌텐도64, PS1, 다마고치, 게임보이 등 다양한 기기들이 손에 닿았다. 그 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며, 나는 하나씩 게임기와 팩을 다시 모으고 있다. 나름대로 기준도 있다.
나름 게임기 구매 기준도 세웠다.
포켓몬스터와 관련된 특별 에디션 닌텐도 게임기
한정판으로 출시된 기기
미개봉 수집용이 아닌, 실제 플레이용으로 사용할 게임기
대부분 보관이 편한 휴대용 기기 위주로 모은다. 사실은 어린 두 아들에게 게임기가 노출될까 봐 아직은 숨기고 있다. (나는 다섯 살 때부터 게임을 했는데… 아이들에게는 아직 비밀이다)
시간이 흐르며 정말 다양한 게임기들이 세상에 나왔다. 그 시절을 거슬러 다시 하나씩 모아간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목표했던 제품을 손에 넣는 순간의 짜릿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최근에는 박스셋 닌텐도 New 3DS 동물의 숲 에디션을 구하는 데만 거의 네 달이 걸렸다.
게임기에는 정가란 게 없다. 대부분 단종된 모델이라 ‘부르는 게 값’이다. 대략적인 시세를 파악하기 위해 일본 옥션, 메루카리, 국내 중고 마켓을 들락날락했고, 특정 커뮤니티를 찾아다니며 공부도 꽤 했다. 그 모습이 못마땅했던 아내는 “맨날 게임기만 찾아보냐”고 잔소리를 했지만, 합리적인 구매를 위해선 시세 공부가 필수였다.
이제는 경제적 여유가 있지만, 정작 게임을 할 시간은 많지 않다. 어린 시절에는 그 반대였다. 시간은 넘쳐났지만, 용돈은 늘 부족했다. 시간은 흐르지만, 추억은 여전히 또렷하다. 그때의 기억이 너무 좋아서일까, 가끔은 이 모든 게 부질없게 느껴질 때도 있다.
어느 날, 게임기를 바라보던 아내가 물었다.
“나중에 이거 전부 어떻게 할 건데?”
“… 팔아야지.”
정곡을 찌르는 말이었다. 이 많은 게임기들을 과연 어떻게 할까. 특히 미개봉 제품은 오픈도 못한 채 관상용으로 전시될 뿐, 오히려 ‘왜 갖고 있는가’라는 질문만 남긴다. 아내에겐 “다 팔아버릴 거야”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다.
한편으론 두 아들에게 ‘게임’도 교육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지금처럼 화려한 스위치나 플레이스테이션이 아니라, 도트로 시작하는 게임보이부터 차례대로 접하게 해주고 싶다. 16비트로 만들어진 음악, 투박한 도트 그래픽이지만 그 안에는 이야기와 감동이 담겨 있다. 작고 조용한 세계 속에 모든 걸 담아낸 그 시대의 게임을, 아이들에게 천천히 하나씩 소개할 생각이다. (남자아이들이니, 분명 좋아하지 않을까 싶다.)
게임은 사람이 만든 가상의 세계지만 그 안에서 누리는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경험은 분명한 힘이 있다.
오늘도 나는 게임기의 전원을 켜며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나에겐 게임 오버란 없다.(할아버지가 되면 게임 오버 일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