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과 함께한 시간

6살부터 지금까지 포켓몬스터를 하고 있어요

by 크바스


“엄마 이거 이름이 후시기다네야?(이상해씨)”

내가 처음 스타팅 포켓몬으로 선택했던 포켓몬 이름이다. (진짜 이상했다)


KakaoTalk_20250716_103744689_15.jpg 정성스럽게 보관 중인 포켓몬스터 게임보이 팩


30년 가까운 지금 포켓몬스터를 플레이해 봐도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스토리도 흥미진진하고 스릴까지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도 육퇴를 하고 난 뒤, 포켓몬스터를 즐기고 있다. 내가 처음 포켓몬스터를 접했던 건 6살 때였다. 너무 이른 시기에 접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포켓몬스터가 뭔지도 몰랐던 시절이다.


1996년 아빠는 일본에서 노란색 게임보이 포켓 게임기와 포켓몬스터 게임을 사 왔다. 세련된 디자인에 작고 가볍기까지 하니 어찌나 예쁘던지. 게임기에 반해 하루 종일 붙잡고 있었다.


고작 6살짜리가 무슨 포켓몬 게임을 제대로 하겠는가. 한글도 몰랐던 내가 일본어를 이해할 방법은 없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라 그냥 방향키로 이리저리 움직여 보는 게 전부였다.


어찌어찌 방법을 찾아 첫 포켓몬을 고르게 됐다. 그 포켓몬이 바로 ‘후시기다네’였다. 당시엔 이상해씨라는 이름조차 몰랐기에, 엄마 아빠에게 일본어를 물어보며 이름을 외웠다.


태초마을에서 처음 받은 포켓몬, 후시기다네. 그 첫인상은 솔직히 흉측했다. 등에 뭔가 이상한 포자 같은 걸 뒤집어쓰고 있었고, 배틀 때도 화면엔 그 생김새가 크게 비쳐서 살짝 징그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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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로 포켓몬스터를 하는것만으로도 감격적이다


결국 후시기다네는 버리고 히토카케(파이리)를 골랐다. 파이리의 공격모션은 상당히 멋있었다. 손톱으로 긁는 공격 모션도 멋졌고, 레벨 8때 배우는 불 공격도 화려했다.


그런데 더 이상 스토리 진행이 어려웠다. 플레이는 회색시티에서 멈췄다. 첫 번째 체육관 관장인 웅이를 이길 수가 없었다. 바위 타입 포켓몬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레벨차이가 있다 보니 히토카케의 불 공격이 잘 먹혀들지가 않았다. 다른 포켓몬을 잡아서 키운다는 개념도 없었던 터라 난이도는 더욱 높았다.



게임보이의 단점

게임보이는 낮에만 할 수 있었다. 그 시절엔 어두운 방에서 형광등에 의지해 게임기를 들여다봤다. 백라이트 없는 화면을 밝히려고 대낮이면 뜨거운 햇빛 아래 앉아 땀을 흘려가며 게임을 했다. 저녁이 되면 게임 플레이는 거의 불가능했다. 밤새 하고 싶어도 방법이 없었다. 백라이트 기능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두운 곳에선 화면이 보이지 않아 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리고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배터리였다. 새 배터리를 갈면 대략 7~8시간은 플레이했던 것 같다. 하지만 하루에 7시간씩 하다 보니 배터리는 매일 갈아야 했고, 결국 하루에 하나씩 사는 셈이었다.


엄마의 잔소리는 매일 같았다.

“게임기 버린다! 정신 안 차려!?”


그럼에도 어쩌겠는가. 하루 용돈이 이백 원이었던 나는 잘못했다고 빌고 배터리를 사는 게 더 좋은 것 아니겠는가? 매를 맞아 포켓몬을 놓을 수 없었다.



포켓몬 박사

초등학생 시절 나는 친구들 사이에서 포켓몬 박사로 통했다. 포켓몬 게임과 관련된 질문이 있다면 친구들은 전부 나한테 왔다.

뿌듯했다.


친구들끼리 어떤 포켓몬이 더 강한지 말다툼이 일어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 친구들은 나에게 물었고 내 한마디면 바로 정리됐다.


나름 포켓몬에 대한 이해도가 있었기에 잘난척하면서 이야기했다.

“코뿌리는 공격과 방어가 높은 대신, 스피드가 낮아.”

“봐봐, 포켓몬 박사 현이가 더 세다잖아!”

그 한마디로 논쟁은 끝.

공부는 못했어도 포켓몬에 대한 공부는 열심히 했으니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을 받았다. 점차 컴퓨터가 보급되면서는 친구들은 나를 집으로 초대했다. 친구들 집을 돌아다니며 막혔던 부분들을 깨주기도 했다. 공략도 없던 시절이라, 포켓몬 노하우는 귀한 정보였다.


KakaoTalk_20250716_103744689_23.jpg 인생 최고의 명작으로 생각하는 포켓몬스터 골드, 실버, 크리스탈 버전




루비 사파이어의 등장

시간이 흘러 포켓몬스터 루비와 사파이어가 나왔다. 나도 새로 출시된 게임기 GBA와 루비와 사파이어팩을 사고 싶었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이 되자 엄마의 게임 금지령은 날로 거세져 갔다.


엄마의 반대는 단호했다. 게임기를 사기 위해 집까지 나가봤지만 소용없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지만... 우리 집에는 있었다.


결국 루비와 사파이어는 나와 인연이 없었다. 거의 1년 가까이 그렇게 졸랐지만 게임기도, 팩도 사지 못했다. 매번 깨던 포켓몬스터 옐로, 금, 은, 크리스탈 버전만 세이브를 지워가며 반복해서 깨기만 했다. 결국 내 포켓몬 시계는 2세대에서 멈췄다.


KakaoTalk_20250716_103744689_18.jpg 중국산 게임기 치고 디자인이 너무 괜찮아서 보유 중인 '트리무이 브릭'



사라져 버린 추억

당시 플레이한 포켓몬 팩 대부분이 200시간을 넘겼다. 도감을 전부 채우진 못했지만, 애정하는 포켓몬들을 레벨 100까지 키웠다. 사천왕은 거의 천 번 넘게 깼고 잘 쓰지 않는 포켓몬들을 키우기 시작했다. 닥트리오, 꼬렛, 구구, 롱스톤, 꼬마돌과 같은 포켓몬을 메인으로 사천왕을 깨 보기도 했다.

(정말 힘들었다. 포켓몬에게는 상성이라는 게 있는데 맞질 않으니 회복물약과 되살리기를 반복하며 겨우 깼다)


그런데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모든 저장 데이터가 날아간 것이다.


왜? 이해할 수 없었다.


껐다 켰다를 반복하며 원인을 찾아보니 인터넷에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바로 팩 안에 들어 있던 수은건전지였다.


수명이 다해버리면 저장 기능이 사라지는 구조였던 것이다. 심지어 모든 팩에서 동일한 증상이 일어났다.

이 일은 나에게 큰 상처였다. 151마리 까지 모으지는 못했지만 나름 스스로 방법을 찾아가며 모았던 포켓몬들이 싹 날아갔다.


이 일을 겪은 이후 포켓몬 게임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됐다. 플레이만 잘하면 되는 줄 알는데 그게 아니었다. 게임에 그런 비밀이 있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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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게이머즈 잡지에서 발간한 포켓몬 공략집. 이거 구하는데도 너무 힘들었다.


그 뒤로는 스타크래프트나 바람의 나라 같은 다른 컴퓨터 게임으로 관심이 옮겨갔다. 온라인 게임이 성행했던 터라 자연스럽게 게임보이와의 인연은 점차 멀어져 갔다. 하지만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에 대한 궁금증은 늘 남아 있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시작하게 됐다. 30대 후반이 되어 게임을 하다 보니 솔직히 힘들다. 오랜시간 게임기를 들고있기도 힘들고, 목, 허리, 팔, 어깨 사방이 아프다. 거기다 느리고 천천히 진행되는 게임들에 적응이 안된다.


너무 빠르게 진행되는 것들에 익숙해진걸까?

느릿 느릿 하다보면 또 괜찮다. 어린시절 느끼던 설렘이 가득한 마음을 동일하게 경험하진 못하지만 그럼에도 전원을 켤때면 행복하다.


거기다 하나둘 게임기를 모으다 보니 여러 게임기를 바꿔가며 플레이하는 맛도 좋다. 칩만 바꿔 끼면 되다보니 나름 대로 편리하다.


포켓몬스터 3세대 루비, 사파이어 버전은 공략도 거의 안 찾아보고 그냥 천천히 플레이 중이다. 그러다 보니 아직 30시간 가까이 플레이 했는데 4천왕도 못 깼다.(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너무 헤메이면 공략을 찾아본다)


지금은 예전처럼 포켓몬 박사도 아니고, 그 열정도 예전만 못하지만 그저 조용히, 천천히 즐기고 있다.


포켓몬스터 스페셜 만화책을 보면서 스토리 라인을 익히고 기억에 남았던 포켓몬들을 키워서 플레이 하고 있다. 만화책을 보면서 주인공 루비와 동일하게 물 포켓몬 대짱이와 가디안을 키워보고 싶어 똑같이 플레이 해보고 있는중이다.


고작 3세대로 업그레이드 했을 뿐인데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다. 어떻게 플레이 해야할지 몰라 한동안 계속 버벅거리겠지만 언젠간 엔딩을 보고 다음 게임을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 포켓몬 게임 계획

파이어 레드(완료) > 소울 실버 > 오메가 루비 > 화이트 > 디아루가 > 울트라썬 > 스칼렛, 바이올렛 > 아르세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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