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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시은 Sep 19. 2020

단풍나무의 사랑이야기

아픔을 이기는 방법

날카로운 찬 바람 사이로 따스한 봄바람이 스치던 어느 날,

그녀가 나에게로 날아들었습니다.

하얀 털에 부분 부분 푸릇 빛이 도는 화려한 털을 가진 예쁜 파랑새.

 그녀는 내게 궁금한 세상 이야기도 들려주고, 예쁜 목소리로 노래도 불러 주었죠.

너무 행복해서, 꿈만 같아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려도 좋다고 생각했할만큼.

무뚝뚝했던 나조차도 그녀 앞에선 바보처럼 그저 웃기만 했습니다.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던 어느 날, 그녀가 내게 말했어요.

" 난 이제 떠날 거야. 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아. 안녕!"

짧은 인사만 남기고 그녀는 훌쩍 떠나 버렸습니다.

나는 너무 슬퍼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우는 거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할 수 있는 일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너무 가슴이 아파 숨조차 쉴 수 없던 아픈 시간이 하루하루 흘러갔습니다.

그렇게 오늘보다 내일은 좀 더 나을 거라는 기대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어요.

그리움이 울컥 치밀어 올라올 때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지만 흐르는 데로 그냥 내버려 두었습니다.

옆에서 나를 지켜보던 친구 나무가 말했습니다.

" 파랑새는 이제 돌아오지 않아. 그렇게 기다려봤자 아무 소용없다고!!"

"나도 돌아오지 않을 거란 거 알고 있어. 할 수 있는 게 이렇게 그리워하는 거밖에 없어서 그냥 그리워할 뿐이야.

나는 그녀를 위해 그녀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아직 다 주지 못해 남아 있는 내 마음속에 남아 있는 사랑을 아낌없이 다 비워내는 중이야. 나를 위해서.... "

들리지도 않을 만큼 작은 소리로 속삭였습니다.

친구들이 나를 바보라고, 한심하다고 소곤거려도 상관없었죠.

힘들 때면 힘든 대로 그리움이 밀려올 땐 그리운 대로 감추지도 숨기지도 않고 오롯이 아파했습니다.

운명일 거라고 영원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랑이 허무하게 떠나 버렸을 때 그 상실감은 악! 소리 조차  내지 못할 만큼 아픈 것이었습니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갑자기 찾아온 차디 찬 이별은 날카로운 가시처럼 내 가슴을 아프게 후벼 팠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사랑...

그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 한없이 무력해지는 내 모습.

비가 오면 내 눈물이 알아볼 수 없게 빗물과 섞여서 좋았고, 햇살이 따뜻한 날은 내 옆에서 재잘거리던 그녀와의 행복했던 시간이 떠올라 좋았습니다.

누군갈 사랑했던 기억도, 누군가에게 사랑받았던 기억도 한 때 아름다웠던 사랑의 흔적이었으므로...

그 아픔의 무게를 오롯이 견디었습니다.

그래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갑작스러운 이별로 차마 다 주지 못해 아직  남아 있는 내 사랑이 너무 가엾고 보잘것없는 것처럼 느껴질 것 같아서...

그렇게 아픔을 피하지도, 숨지도 않고 정면으로 부딪히며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더 단단해졌습니다.

여름의 끝자락에 찾아온 강한 태풍에도 끄떡없이 이겨내게 되자 나무는 용기가 생겼어요.

그렇게 나무는 세상이 정해놓은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별을 극복하게 된 거예요.

이제 더 이상 파랑새의 생각에도 눈물이 나지 않았어요.

'너무나 사랑했던 파랑새야.

너와 사랑했던 시간도 행복했고,

혼자 너를 그리워했던 시간도 지나고 보니 행복이었고,

이젠 네가 없이도 행복하다...

너와 함께 했던 지난 시간 동안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 이젠 내 마음에서 널 보낼 때가 된 것 같아.

안녕..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너무나 소중했던 내 사랑. 내 파랑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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