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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주 Aug 04. 2022

바보는 절벽 끝에서도 희망을 찾는다

바로 나처럼.

너 이제 본가로 내려왔으면 좋겠어.


나만 보면 안정적인 직업과 결혼,

규칙적인 생활과 수입을 늘 운운하던 아빠의 백 마디 말보다 더 가슴이 내려앉은 누군가의 한 마디.

그 말의 주인은 엄마였다.


엄마, 혹시 어디 아파?


장난 아닌 진심으로 묻는 말이었다.

내 목표에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엄마였기에

어떠한 큰 변화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라 여겼다.



그냥.. 인생 부질없는데...
짧은 인생 같이 살면 좋잖아.



맞는 말이다.
나도 안다.
고정지출만 있고 고정수입은 없는,
점점 나이만 먹어가는 무명배우 딸을 걱정하는 마음을.
무얼 하든 연기에 대한 열정의 반의 반의 반만 써도 성공할 거라고 하는 그 말까지.
무슨 뜻인지 충분히 안다.
하지만 갑자기 세상에 나 홀로 버려진 느낌이 들었던 건
엄마에게 정말 의지했었다는 뜻이겠지.


바보카드


타로카드 중에  바보 카드가 있다.

절벽 끝에 서서도 하늘만 보며 불투명한 미래를 꿈꾸는 바보.

옆에서 강아지가 위험하다는 듯 말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꼭 나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와 중에도

'저번에 본 드라마 오디션을 합격하면

엄마의 그 말도 쏙 들어가겠지?'

라는 망상을 시작으로 서울에서 함께 사는 미래까지 그렸으니 말이다.


어쩌면 바보 카드의 절벽 밑은 나에게 본가를 뜻한다.

바보가 절벽으로 떨어지면 죽을까?

아니면 다리 하나 삐끗해서 울까?



바보카드의 애프터카드


아니, 절벽은 바보의 키만큼 낮았고

바보는 여전히 꽃(=꿈)에 취해있다.

나대로 해석하자면,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과 동일시되는 본가에 내려가도

나는 다치거나 죽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꿈(=꽃)은 잡고 있는 채로.





포기하고 싶다.

차라리 절벽이 아찔하게 높았으면 싶을 만큼

모든 걸 놓고 싶다.

하지만 언젠가 내가 했던 말처럼

포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포기할 용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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