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씨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 썼어요.
꿈같은 일.
배우 오디션은 보통 이렇게 진행된다.
프로필 심사
오디션/실물 미팅
촬영
오디션이 영상으로 대체되는 경우도 있고,
2차 3차까지 나누어지는 경우도 있다.
어떻든 '합격'과 '캐스팅'은 기쁜 일이다.
거기에 플러스알파 더 세상 기쁘고 감사한 경우를 말하자면,
작품을 같이 했던 곳에서 또 연락을 주는 일이다.
가을이 끝나갈 무렵, 한 프로덕션 감독님께 전화가 왔다.
드라마 타이즈형 분양광고에서 만났던 감독님이다.
"헛 감독님! 오랜만이에요!"
"네 연지씨, 잘 지내셨죠?"
"네 그럼요!"
"이번에 농*웹드라마 촬영 건이 있는데, 한 3주 후에 시간 되세요? 저희 작가님이 연지씨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 쓰셨거든요."
마음이 간질간질, 입꼬리가 광대까지 올라가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하겠다고 했다.
이런 일은 톱스타들에게만 일어나는 줄 알았는데!!
어떤 캐릭터와 내용의 시나리오일지 궁금해
시나리오를 받을 메일함의 새로고침을
몇 번이나 눌렀는지 모른다.
도착한 시나리오를 보고 나는 소음으로 신고당하지 않을 만큼만 박장대소 웃었다.
작가님이 날 염두에 두고 쓰신 캐릭터는,
아빠에게 기생하며 살다가 재산 물려받으려 귀농한 철딱서니 없는 애였다.
도대체 날 어떻게 보신 거지 고개를 갸웃하다가
또 그저 웃었다.
'역시 내 이미지는~' 하고 생각했다가,
대사가 아주 착착 감겼던 걸 보면
작가님이 아주 잘 보신 듯하다. 하하
촬영은 지방에서 진행되었고 나는 약 3일간의 행복한 출장을 위해 캐리어를 끌고 나섰다.
6개월 만에 다시 보는 얼굴들은 반가웠고 또 감사했다.
화기애애한 촬영을 마치고 감독님이 맡았다는
광주 KBC 공익광고까지 촬영하고 돌아왔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감독님이 지나가듯 내뱉었던 말 한마디가 또 날 배시시 웃게 했다.
연지씨, 그동안 많이 불렸나 봐?
6개월 전보다 더 성장했다는 감독님의 칭찬은 내 마음속 고래를 활개 치게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도, 그 촬영을 생각하면 행복하다.
또 그와 같은 일이 있을까 싶을 만큼.
누군가 애초에 나를 생각하며 글을 쓰고, 촬영 준비를 했다는 것.
한 작품이 인연이 되어 다음, 그다음까지 함께할 수 있다는 것.
세상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이래서 못 그만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