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 처음 부여받았던 이름은 서영이었다.
書 글서, 煐 빛날 영.
글로써 빛나라.
내 이름이 싫은 건 아니었지만,
뜻은 나와 안 맞는구나 생각했었다.
활자만 보면 잠이 와, 교과서 필기를 보면 아랍인의 책인지 알법한 '착하기만 한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로써 빛나라니.
아무튼 내 이름은 엄마가 직접 지으셨다고 한다.
왜 이렇게 지었냐 물어보진 않았었다.
생각해보면 엄마에 대해 모르는 것도 많으면서 은근히 관심도 없었던 듯하다.
엄마의 어렸을 적 꿈은 무엇이었을까?
지금 꿈은 무엇일까?
선생님? 가수?
가끔 나 홀로 추측만 해보았었다.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니 선생님이라 생각했었고,
매일 노래 프로그램만 틀어놓는 것을 보면 가수를 꿈꿨을지도 모른다고 막연히 상상했었다.
'배우의 목소리'가 출간되기 전까지 말이다.
출간 당일이었다.
엄마에게 카톡이 왔다.
메시지를 읽고 울지 않으려 괜히 천장을 바라보며 눈만 깜빡였다.
내용은 이러했다.
내 꿈을 이뤄줘서 고마워.
엄마가 못다 이룬 꿈을 이뤄주길 바라서
이름도 그렇게 지었는데,
결국 네가 대신 이뤄주었네.
왜 몰랐을까, 왜 관심 없었을까.
엄마에게도 품고 있는 꿈이 있을 거란 사실을.
왜 나에게만 절실한 꿈이 있다고 생각했을까.
그러고 보면 내 기억 속 엄마는 부엌 한편에 라디오를 켜놓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라디오에는 자주 엄마의 사연이 나왔다.
일간지에 엄마의 사연이 실리거나 백일장 등의 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었다.
혼자 뿌듯하게 모셔놓았을 그 기록들을 이제야 딸에게 보여주는 엄마의 마음은 무슨 모양일까.
눈을 크게 한 번 감았다 뜨며 엄마에게 답장을 보낸다.
엄마, 엄마는 이미 작가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