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진짜 예쁘게 생겼다..
현장에서 한 남자 배우의 옆선을 감상하다,
홀린 듯 입 밖으로 흘린 말이다.
잘 알고 있다는 듯 피식 웃던 그 배우는
일일드라마의 주역도 맡아본 적 있고,
sns 팔로워도 많으며, 매니저도 있단다.
아무튼, 극 중에서 그와 나는 변호사였고
치열하게 대립해야 했다.
그날은 내 캐릭터의 첫 등장 씬이자
법정에서 설전을 하는 씬.
설전이라 했지만 내 대사가 대부분인 씬이었다.
약 스무 명의 보조출연자, 아니 방청객들이 앉아있다.
혀라도 한 번 꼬이면 모두에게 피해가 가니
손대면 툭 튀어나올 정도로 생소하고 긴 용어가 섞인 대사를 달달 연습해갔다.
무엇보다 내 캐릭터의 성격을 보여주는 첫 씬이라 나에겐 아주아주 중요했다.
카메라 롤.. 레디.. 액션!
다행히 내 머리와 혀는 유연하게 움직여주었다.
아니 근데 감독님..
상대 남자 배우만 여러 각도로 찍고 계신다.
'아 표정 리액션을 담으시려는 거구나..'
아니 근데 감독님..
그 배우에게 이제 쉬라고 하신다.
그러고는 나한테 그 배우의 대사 텀을 주고 연기하랜다.
쉬라고 진짜 쉬는 배우도 배우지만
감독님께서 먼저 이런 제안을 배우에게 권하는 장면은 처음 보았다.
그렇게 귀신이라도 씐 것 마냥
나는 빈 의자를 향해 침 튀어가며 대사를 뱉어댔다.
그다음 씬도, 다다음 씬도 마찬가지였다.
'이름 대면 알만한 톱배우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작품 홍보에 도움이 될 배우라
감독님께서 그러시는 거겠지.'
어떤 영향력으로 작품에 아무 도움도 줄 수 없던 나는 그저 입을 꾹 닫았다.
집으로 가는 기차 안, 습관적으로 배우 모집 사이트를 들어간다.
스마트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올리며 한 게시물을 클릭,
내용을 읽으며 내리다 멈췄다.
지원조건- 인별 그램 팔로워 5만 명 이상이신 분
언제부터 연기하는데 팔로워 수가 필요해졌지.
한 분이 유튜브 댓글로 내게 남긴 말이 떠오른다.
교보문고에서 무명배우인 나를 소개한 쇼츠 영상 밑 유일한 댓글은 이러했다.
꼬우면 유명해져라
대댓글은 여기에 남기겠다.
꼽다고는 안 했었는데.. 유명해질게요.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