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우주 Sep 02. 2021

너만큼 생기고 너만큼 연기하는 애는 많아

애매하다는 말.


99%의 면접이 동일할 것이다.

떨어진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

말해준다 하더라도

분위기 나쁘지 않았던 소개팅 자리 후

'좋으신 분인데 저랑은 안 맞는 것 같아서요, 

저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나시길 바라요.'

와 같은 말 방귀 같은 문자를 받을 뿐.

마음은 아프겠지만 뭐가 문제인지,

왜 배역을 따내지 못하는지 눈물겨운 진실을 알아야 했다.





감독이나 관계자 앞에서 직접 연기를 한 후에

피드백을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기회가 종종 있다.

여기서 기회라 하는 이유는,

첫째, 서류에서부터 떨어지기 십상이라 오디션 보기도 쉽지 않고

, 오디션을 본다고 한 들 감독님 앞에서 직접 연기할 수 있는 기회는 최종단계까지 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마지막으로, 앞서 말했듯이 내가 떨어진 진짜 이유를 듣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료는 선착순 광클릭, 유료는 다음 달 월세를 걱정하며 신청했다.



그날도 준비한 자유연기(독백)를 두 개 했다.

이제 그토록 원하면서 원하지 않는 피드백을 들을 시간이다.



떨지도 않고 잘하시는데
..
애매해요.
본인만큼 생기고
본인만큼 연기하는 사람들은 많아.
이거 뭐 피드백을 해줄 수가 없네.
본인만의 색깔에 대해 좀 고민해봐요.



애매하다, 애매하다, 애매하다..

나만의 색깔..

해주신 말이 무슨 뜻인 지 안다.

나는 퍽 눈에 띄는 외모도 아니며, 그렇다고 대사 한 마디에 ‘이 배우다’ 싶은 배우도 아니라는 말이다. 

혹은 모든 걸 제치고도 자꾸만 눈이 가는 새우깡 같은 매력을 가진 것도 아니고.   

  

늘 하나의 배역을 두고 경쟁한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하네' 수준으로는

원하는 그 하나의 배역을 쟁취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고민의 깊이는 더해갔다.    

 

타고난 똥고집으로, 

잘하는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을 선택했지만

그 안에선 결국 하고 싶은 것보다 잘하는 것을 먼저 보여줘야 할 때가 왔음을 느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잘하는가.

시켜주면 다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모두가 마찬가지겠지.

느낌표를 찾으러 간 곳에서 물음표를 받아왔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 멍 때리다 2 정거장을 지나쳤다.

돌고 돌아 집으로 들어가는 길.

엘리베이터 안의 내 얼굴이 오늘따라 유독 색이 없어 보인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교니까 용서를 바라지 마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