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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주 Jan 13. 2023

너는 잡초 같았어, 꼭 나같았어.

2020년 4월 9일

그 아이의 이름은 '움군'이라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불려본 적은 있을까.


처음 발을 들인 유기견센터는

내 건강한 초록빛 상상과는 전혀 달랐다.

문을 열자마자 콧속으로 들어오는 퀴퀴한 공기,

미친 듯 짖어대는 각종 개들이 나도 모르게 숨을 참게 했다. 담당자가 있는 2층 사무실로 올라가 작은 숨을 길게 뱉었다.


"전화드렸던 사람인데, 아이 볼 수 있나요?"

"네 1층 내려가서 왼쪽으로 가시면 돼요."


다시 숨을 참고 1층으로 연결된 계단을 밟았다.

이 많은 아이들은 도대체 누가, 어디서, 왜 버린 것일까.

이미 성견이 되어버린 딱 봐도 20kg는 넘을 듯한 아이들은 조만간 안락사가 예견되어 있겠지.

외면하듯 작은 아이들이 있는 왼편으로 향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책임을 찾기 위해.


한 울타리에는 세네 마리의 강아지들이 분변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펫샵에서와 같이 작은 단독방을 사용하는 아이들도 있었는데, 그런 아이들은 보통 피부병이나 다른 질병이 있다고 했다.





'괜히 한 생명을 키운다 결심했나.....'

고개를 돌리고 나가려는데 한 울타리 속 아이가 눈에 띄었다.

옆의 강아지들에게 치이는 모습이,

그럼에도 두 발로 서 올라오려는 모습이,

잡초 같았다, 꼭 나 같았다.

순간 핸드폰을 꺼내 그 아이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시 2층으로 향했다.

"이 아이요."

사진을 확대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곧 몇 장의 준비된 서류들이 내 앞에 펼쳐졌다.

나에 대한 정보, 그 아이에 대한 정보,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이곳으로 보내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서류작성을 마친 후 여전히 시끄럽게 짖는 큰 아이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너도 따라 나가고 싶은 거지..'

어느 순간 나는 코로 숨을 쉬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한 인기척에 엉겁결에 양손으로 안아 든,

내가 선택한 그 아이.

작은 몸으로 내 손 안에서 발발 떠는 그 아이를 안아 든 순간,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 울컥 올라왔다.

지켜주고 싶다는,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 꼬막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었다. 벌교 쪽에서 데려왔고, 먹는 것으로 이름을 지으면 오래 산다기에.

이제 건강하게 오래오래 나와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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