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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우주 Nov 24. 2023

네가 고추만 달렸으면 더 좋았을 텐데.

딸딸딸딸


우리는 쌍둥이 ~ 우리는 쌍둥이 ~

붕어빵처럼 닮은 얼굴에 볼을 비비며 노래 부른다.

나는 유독 엄마를 닮았었다.

6남매 중의 막내인 그녀와

그녀의 네 딸 중의 막내인 나.

아들 낳아보겠다고 낳았지만 사주만 아들인 딸이 나오면서 '아들 프로젝트'는 종료됐다.

그 탓에 그녀는 참 많은 고생을 했다.

내 나이보다 어린 시절, 이미 세 딸을 낳아 키우며 고된 시집살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녀 나이 서른셋, 내가 태어났다.

많은 사랑과 함께 많은 눈치를 보며 자라왔다.

할머니 댁에 가는 날이면 난 더 밝고 귀여운 막내 노릇을 했다.

'우리 집은 아들 없어도 충분해'

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광대짓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광대는 광대일 뿐,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과 관심은 늘 사촌오빠와 남동생에게로 갔다.

그녀는 늘 부엌에 있었다.



네가 아들이었으면 더 예뻤을 텐데..
고추만 달렸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 집 숟가락 개수도 아는 듯 시골 동네 어르신들이 나를 보며 하는 말이었다.

(그놈의 고추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 큰 고추 작은 고추 가리지 않고 야무지게 쌈장에 잘도 찍어먹는다.)

우리 집 문화는 자연스레 남자라는 존재가 여자보다 우월하고 좋은 것인 줄 알게 했다.

할머니 댁에 가면 남자들은 큰 상에서 밥을 먹었고 여자들은 작은 상에서 밥을 먹었으며,

음식을 나르고 치우는 것들도 여자들 몫이었다.

남자들은 가만히 앉아 다시 아까보다 작은 술상을 받는 식이었다.

어린 마음에 나도 큰 상에서 앉아 밥을 먹고 싶었고 부엌에는 들어가기 싫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컸던지 컴퓨터로 인터넷에 접속해 '남자가 되는 방법'을 검색했다.



성전환 수술, 트랜스젠더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런 신박한 방법이 있었다니.

나도 고추가 달리고 엄마가 부엌에 덜 들어가 있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거잖아?'

설거지를 끝내고 막 앉은 그녀에게 달려가 말했다.

"엄마 나 트랜스젠더가 될게! 그럼 남자 될 수 있대!"

그때 그녀 표정은 기억나지 않는다.

홀로 들떴으므로.

이제 그녀와 비슷한 나이가 되어서, 짐작이 된다.

그 순간 그녀의 표정과 마음이 어땠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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